단정하고도 묵직한

  


하늘이 비칠 때는 푸르스름하게
풀잎이 비칠 때는 은은하게 옅은 초록빛을 띠는 창가에 놓인 달 항아리를 살펴보며
자연스럽다는 의미가 이런 걸까 생각했다. 

꾸밈없이 단정해 보이는 그릇을 하나 꺼냈을 때
묵직한 존재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게 되는,
날개 위로는 둥글고 아래는 각진 소접시는 더욱이 두 손으로 받쳐들고 싶어지는 감촉을 가졌다.

으뜸으로 마음에 드는
창가에 놓인 것들은 실컷 눈에 담았다.
덜어내고 덜어내다
지금의 나에겐 충분한 그릇들을 곱게 싸서 담아 나오는 길,
유난히 계절이 진하게 풍기는 삼청동엔 가을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왔다.


<백자와 디저트 White Porcelain & Dessert> 이기조 작가
@w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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