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일이다.
가족이 식구에서 손님이 된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매일 엄마, 아빠가 차려주던 밥을 먹었던 건 셀 수 없이 흔한 일이었는데. 나의 집에 두 분을 초대해서 밥을 차려드리는 일이 독립한지 삼 년 만에 처음 일어났다. 아빠, 동생과 함께 내일 가겠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는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갈비 잘하는 그 집에 가서 맛있는 한 끼를 사드리자.' 그런데 한참을 생각할수록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소고기뭇국. 생일날 미역국보다 소고기뭇국이 좋다는 아빠께 소고기뭇국을 끓여드리자. 그리고 엄마가 좋아할 구절판을 만들어야지. 동생은 전복솥밥을 좋아할거야. 과일은 배랑 무화과로 해야겠어.'
그렇게 퇴근길 이곳저곳을 들러 금요일 저녁을 바쁘게 보냈다. 손님맞이를 위해 집 안 곳곳을 치우고 치우다 지쳐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느긋하게 일어난 바람에 열한시 반에 도착한 손님들을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했지만. 엄마가 만들어 온 돼지갈비찜과 아빠가 농사진 배추로 만들었다는 김치로 식탁이 완성되었지만. 동생과 엄마에게 밀전병을 부치게 만들었지만.. 흔하지 않은 한 끼를 무사히 마쳤다. 냉장고에서 숙성된 약주는 모두 비어졌고 마지막 커피까지 맛있게 마셨다.
엄마는 구절판에 올라간 당근과 오이의 두께까지도 칭찬하고 마지막 설거지를 쉬지않고 도와줬다. 동생은 쪽파가 올라간 전복솥밥도 맛있게 먹고, 올해 먹을 채소를 모두 구절판에서 해결하겠다는 듯 야무지게 싸먹어 놀랐다. 아빠는 소고기뭇국에 (간이 맞지 않아 소금을 조금 넣으면 되겠다며)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고 좋아하셨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답게 사이좋은 시간을 보냈다.
애틋할 정신도 없이, 세시간정도 머무르며 한 끼를 함께 먹고 금방 떠난 손님들. 다음주가 추석이니 그때 보자. 라며 손 흔들어 인사하고, 나는 결국 약속을 지키지않고 시골에 가지 않았지만..
다음날 남은 음식들을 혼자 차려먹으려 냉장고를 열었다가 청어알젓을 발견했다. 엄마에게 오이와의 궁합을 맛 보여드리려 샀는데 깜빡 잊었던 것이다. 내 정신 좀 봐. 그리고 생각했다.
-이상하게 여길 일 하나 없이 조금씩 받아들이며, 다음 초대상을 연구해 보자.
그리고 그땐 빼놓지 말고 모두 맛 보여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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