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뺀 주말

8월의 마지막 주말
힘 빼고 느리게 보내는 시간


큰 결심으로 다니기 시작한 영어학원을 세 달 만에 마치고 힘을 조금 빼기로 한다.
파스타조차 해먹지 않았던 시간들을 반성하며 오랜만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꺼낸다.


예뻐서 쌓아둔 토마토소스들


맛있어서 아껴먹었던 토마토의 마지막 한 개, 토마토 페이스트, 엔초비, 마늘,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치즈


맛있게 비워낸다.


예뻐서 쌓아놓은 미니 호박들


꽃시장, ssg 푸드마켓, 마트에서 모은 것들이다.


친구가 먹어보라고 준 커피 드립백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집을 나선다.


주말 어딘가로 떠날 때마다 꼭 지나는 창경궁, 창덕궁 풍경에 감사하다.


스쳐 지나가더라도 좋은 잔상을 남긴다.


처음으로 더위가 덜 느껴지던 주말.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쓰여있는 바위 앞, 이 멋진 나무 아래에 앉아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7년 전, 파란 코트를 입고 알바를 하다 우연히 만난 친구와는 이렇게 가끔 만나더라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높은 빌딩을 보다가 어지러우면 다시 멋진 나무를 쳐다보면 되서 좋았다.



햇살이 뜨거웠지만 나무 아래에서는 안전했다.



아마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늘에서 내려준 천사같은 인연일 것이다.


광화문 광장이 새로 바뀌더라도 세종문화회관과 교보문고 근처에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풍경들이 살아있다.


선선한 날씨가 제법 마음에 들어 갑자기 노을공원으로 떠난다.


금방 사라질 것 같은 무지개를 우연히 만난다.




하늘은 누가 붓으로 칠한 듯 





아마도 손목에 힘을 빼고 자유롭게 그려낸 듯.


잔잔하고 아름다웠다.





어느새 빛은 저녁 먹으러 집에 들어가야할 것 같이 차분해지고



발 밑부터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서울에서 어둠이 가장 늦게 내려앉는 풀밭에서


멀리 더 멀리 내다보며 마무리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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