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기다리던 봄비 조금 내린다.
고난 끝엔 기쁨이 바로 붙어있는 줄만 알았지. 터널 끄트머리처럼.
천천히 내리는 기쁨에 어둠인지 밝음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이
그저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팔 뻗어간다.
매일 하는 것에는 힘이 있다. 그렇게 수첩에 적어놓고는
기도하듯 외웠다. 사진은 매일 찍으면서도 보이는 그림보다 그 몇 줄이 머릿속에 더 남아
뉴스 읽기가 어려웠으니까. 산에 불이 붙어 바람타고 퍼지고 서울 한복판에 땅이 꺼져 어둠 속으로 빠진 사람들 사연 읽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낮도 밤도 부족해 자면서도 꿈을 꿨으니까. 읽은 건 두세 줄 문장일 뿐인데.
매일 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동네에서 분리수거를 가장 예쁘게 하는
주인집 아주머니의 새하얀 봉투, 투명한 플라스틱처럼. 누가 보면 쓰레기인 줄도 모를 그 흰 봉투.
매일 집을 나서며 또 겨우 돌아오며 마주치는 그 봉투를 볼 때 마다 써 붙이고 싶다.
근면, 성실, 기회.
게으르면 알 수 없는 것들.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어둡고 밝은 것들 사이에서도 천천히 걸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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