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란 엔초비 파스타
명란 구이
명란 무우 냄비밥
명란 엔초비 오이 루꼴라 샐러드
전복 무우 솥밥
새우 소금구이
바짝 마른 가을 햇빛을 보면 이불부터 세탁기에 넣고 싶어진다.
결국 모든 일은 세탁기가 해준 덕분이지만 토요일 아침, 빨래대에 이불을 널고 나면 마치 하루의 일과를 마친 듯 뿌듯해진다.
하지만 그대로 쉴 수는 없다. 집 안,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식물들에게 물주기, 환기까지 마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빨래와 청소를 겨우 마쳤더니 다시 설거지할 일이 찾아오다니. 엄마가 부지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주말마다 깨우친다.
전날 먹다 남은 명란과 루꼴라, 엔초비, 케이퍼, 레몬을 넣고 파스타를 만들기로 한다. 그 전에 샐러드로 해먹었던 오이, 루꼴라, 명란, 엔초비, 레몬의 조합이 자꾸 생각나서 다시 꺼내든 재료다.
사실 명란과 엔초비보다 더욱 먹고 싶은건 오징어 통찜, 꽃게찜, 새우였다. 오징어 통찜의 내장과 살이 통통하게 오른 꽃게, 꽃게탕 그리고 소금에 구운 새우가 자주 떠올랐다. 아마도 이 모든건 내가 당진의 딸이라 그럴 것이다.
추석즈음이면 언제나 떠오르는 풍경은 아주 먼 옛날-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적- 당진집 옥상에서 다함께 숯을 피워 가을 새우를 구워먹었던 어느 저녁이다. 그땐 삼촌으로 부르던 작은아빠가 사준 새우를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른다. 뜨거운 새우를 까는 요령은 아마 그때부터 길러진 듯하다. 어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먹었을지도 모르는 세상 눈치란 볼 필요가 없었던 아홉살 적이다. 어렴풋하게 할아버지의 얼굴과 예쁘게 익은 새우가 기억 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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