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근하게 모두 사라질 때까지



밤 열한시에 카레를 끓인다는건 
낮에 일어났던 어떤 일을 모두 작게 썰어
윤곽이 사라질 때까지 뭉근하게
끓여버리겠다는 다짐 

그러고는 다음날 더 맛있어진 카레를 먹으며 웃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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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엄마표 카레가 먹고싶어 퇴근 후 온갖 재료를 썰어 카레를 만들었다.
양파, 감자, 당근을 내 마음대로 써는 것부터 보글보글 끓는 카레를 천천히 휘젓는 과정까지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뚜껑을 닫고 약한 불로 끓여도 괜찮겠지만 뭔가 냄비 앞에 붙어있고만 싶었다. 그렇게 삼분카레가 아닌 한 시간 카레를 완성했다. 평일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고수, 그릭요거트, 토마토+라임+고수, 난, 사워도우, 흑미밥, 샤프론 우린 밥, 맥주, 와인, 커피와 다양하게 즐겼다. 밥이 없이도 좋았다. 요거트와 함께 먹으니 이스탄불이 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한 달 사이에 두 번
- 열한시 넘어 카레를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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