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무언가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편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강해져서 그것에 대항하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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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나는, 내가 아마도 다시는 돈에 대해,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콜린은 총명했고 야심찼으며, 나는 그가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게는, 무슨 일이든지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생길 것이었다.
일을 해도 됐고 하지 않아도 됐다. 분자물리학 관련 서적을 읽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론들을 만들면서 나의 나날들을 보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때에도, 콜린이 내게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러다보니, 나도 나 자신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빛이 따스한 일요일 오전,
시트를 세탁기에서 꺼내 빨래대에 널어놓고
침실에 있는 이불을 작업방으로 가져와 반쯤 누워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단편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사놓고 꽤 오래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느날 이렇게 단숨에 읽게 되기 때문이다.
짧은 소설 속 문장들에 빠져
몇 번이나 조금 떨리고 멈춰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똑똑하지만 결국 젊은이답게 미래가 두려웠던 주인공이
어찌나 담담하고 솔직하던지,
싸늘해진 가을 아침에 딱 어울리는 서늘한 이야기였다.
'나는 알았다.'
'알고 있었다.'
주인공이 몇번이나 말하는 '알고 있는' 것들은
그렇게 되리라 믿고 싶었던 것이고
그렇기에 결국 그렇게 될 것들이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는 단 한번도 쓰지 않았던 그 표현이
젊은 시절 속 대학 기숙사와 로버트의 좁은 아파트에
힘없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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