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고운 빛깔의 꽃 차가 나에게 와서

 















친구 어머니가 직접 키우고 따서 덖으셨다는 맨드라미꽃차.
보통의 꽃잎과는 생김새가 다른 맨드라미꽃을 이렇게 들여다 본 것은 처음이다. 살짝만 힘을 주어 잡으면 우수수 흩어질 것 같은 이 꽃잎들을 얼마나 귀하게 다루셨을지. 작은 봉투에 꾹꾹 눌러 담아준 마음이 고마워서 꼭꼭 아껴두기만 했다. 
십년 전, 첫 로마 여행에서 함께 돌아와 아직도 상자 속에 남겨진 - 향이 사라질 때까지 킁킁 맡아봤을 뿐 온몸으로 느끼진 못했던 그 비누처럼 되면 어쩌나 하고, 얼마 전부터 한 잔씩 부지런히 우려 마시고 있다. 

손끝에 힘을 빼고 꽃 두세 덩이를 꺼내 뜨거운 물에 퐁당 떨어트린다. 고운 빛깔의 꽃은 그대로 맑은 물에 퍼진다. 어떤 잔에 담아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색을 낸다. 우려낼 때마다 감탄하며 한 모금 한 모금 여전히 아껴 마신다. 그렇지만 가장 뜨거울 때 아낌없이 마신다. 그러니까 아끼는 만큼 아낌없이 가장 맛있게 마시면 된다.

작은 한모금에도
가슴을 지나 배 아래까지
뜨겁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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