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같은 칠월





황금같은 칠월,
가까이하고 싶은 것을 가까이에.
 
칠월 달력 맨 위에 적었다. 작업방 책상 위에 곱게 놓여있는 다이어리 앞에서는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도 없이 마음을 글자로 담는다. 무언가 떠오를 때 아이폰 메모장에 써놓고 그 몇마디를 시작으로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일이 한달에 두어번 일어난다. 그런 날들이 점처럼 이어져 어느덧 칠월이 찾아왔다.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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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줄 한 줄은 각자가 출발점이며, 앞서 나간 어느 줄과도 무관하다. 우리 모두는 매번 새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게 뭐 그리 대단하게 거룩한 것도 물론 아니다. - 애쓰지마라! 당신 안에 있는 태양이 
당신 내부에서 타오르지 않는다면 .. (작가가 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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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잘라둔 글귀가 다이어리 사이에서 떨어진다. 문정희 시인이 쓴 칼럼 속 찰스 부코스키의 말이다. 검색을 통해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라는 책을 메모한다. 신문 구독을 쉰지 두달째, 장마가 끝나면 다른 신문사를 받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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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또 벙어리 인형처럼
어느 길가에 버려진다 하여도 나의
다친 흉터와 나의 공부와 나의 일에
닦이며 얻어내는 힘만큼, 나의 세상이
봄인 것이며 사람들도 봄인 것이며 나의
마음도 봄인 것이기에 나는 내 마음을 언제나
다시 믿는 것처럼 봄에 만나는 당신의 마음도 
다시 믿는 세상을 살고, 살아갈 자신 속에서 
조금씩 사랑에 대한 자신도 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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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주, 임형남 건축가의 칼럼에서 알게된 장영수의 시 <봄>
봄의 어느날 다이어리 모퉁이에 적어놓고 자주 펼쳐본다.  '다친 흉터와 공부와 일에 닦이며 얻어낸 힘' 그리고 '사랑에 대한 자신도 구하고 있는 것'이라는게 어떤건지 알아간다. 이 시와 마찬가지로 유독 피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 을 자주 꺼내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 그렇게 지하철을 오가며 누군가 내 발 끝을 밟았을 때 쉽게 용서할 수 있는 날과 그러기 힘든 날을 사이좋게 거쳤다. 

봄부터 좋은 꿈을 꽤 자주 꾼다. 어느날은 눈을 뜨자마자 메모장에 '섬이름 심상 이탈리아' 라고 적었다. 아직 가보지 못해 상상으로 갖는 시칠리아 이미지가 눈 앞에 펼쳐지고, 이탈리아 사람에게 여기가 어디죠 라고 물으니 심상이라고 뚜렷하게 대답해주었다. 섬이름이 심상이라니 참 예쁘구나. 라고 깨자마자 적어둔 몇 자에서 힘을 얻는다. 마스크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심상으로 떠날 것이다.

가까이하고 싶은 것을 가까이에.
아침마다 계란 한 알을 곱게 삶아 먹고,
저녁엔 땀을 흘려 같은 운동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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