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앞에서도 얼굴을 펴기 힘든 더위다.
강화도, 석모도, 대부도
그 근처로 갈 때마다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소망이
허황된 것인지 아닌지는 두고 볼 일
이라고 생각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휴가 때 하고 싶은 일이라고는 그저 물에 몸을 풀어주고
원하는 것을 먹고 마시다, 푹 쉬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여겼다.
해가 거듭될수록 그건 단순한 바캉스가 아니었다는 생각,
그리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바람을 쐬다
라는 정의에 대해 돌아본다.
2박 3일을 머무르면, 꿈에 그릴 언니와 형부 얼굴을 보고 올 수 있는 비용과 맞먹는
숙소 이름에 들어가는 wellness라는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깊은 소망을 제대로 알고
솔직해지는게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친구 어머니가 직접 키우고 따서 덖으셨다는 맨드라미꽃차.
보통의 꽃잎과는 생김새가 다른 맨드라미꽃을 이렇게 들여다 본 것은 처음이다. 살짝만 힘을 주어 잡으면 우수수 흩어질 것 같은 이 꽃잎들을 얼마나 귀하게 다루셨을지. 작은 봉투에 꾹꾹 눌러 담아준 마음이 고마워서 꼭꼭 아껴두기만 했다.
십년 전, 첫 로마 여행에서 함께 돌아와 아직도 상자 속에 남겨진 - 향이 사라질 때까지 킁킁 맡아봤을 뿐 온몸으로 느끼진 못했던 그 비누처럼 되면 어쩌나 하고, 얼마 전부터 한 잔씩 부지런히 우려 마시고 있다.
손끝에 힘을 빼고 꽃 두세 덩이를 꺼내 뜨거운 물에 퐁당 떨어트린다. 고운 빛깔의 꽃은 그대로 맑은 물에 퍼진다. 어떤 잔에 담아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색을 낸다. 우려낼 때마다 감탄하며 한 모금 한 모금 여전히 아껴 마신다. 그렇지만 가장 뜨거울 때 아낌없이 마신다. 그러니까 아끼는 만큼 아낌없이 가장 맛있게 마시면 된다.
작은 한모금에도
가슴을 지나 배 아래까지
뜨겁게 물든다

Archives
-
►
2025
(15)
- ► April 2025 (2)
- ► March 2025 (6)
- ► February 2025 (6)
- ► January 2025 (1)
-
►
2024
(20)
- ► December 2024 (2)
- ► August 2024 (2)
- ► April 2024 (3)
- ► March 2024 (2)
- ► February 2024 (2)
- ► January 2024 (5)
-
►
2023
(25)
- ► December 2023 (1)
- ► October 2023 (4)
- ► September 2023 (1)
- ► August 2023 (5)
- ► April 2023 (2)
- ► March 2023 (2)
- ► February 2023 (1)
- ► January 2023 (3)
-
►
2022
(32)
- ► December 2022 (3)
- ► November 2022 (3)
- ► October 2022 (2)
- ► September 2022 (7)
- ► August 2022 (1)
- ► April 2022 (4)
- ► March 2022 (2)
- ► January 2022 (2)
-
▼
2021
(28)
- ► December 2021 (2)
- ► November 2021 (4)
- ► October 2021 (3)
- ► September 2021 (3)
- ► August 2021 (1)
- ► April 2021 (2)
- ► March 2021 (1)
- ► February 2021 (2)
- ► January 2021 (2)
-
►
2020
(25)
- ► December 2020 (3)
- ► November 2020 (2)
- ► October 2020 (2)
- ► September 2020 (4)
- ► August 2020 (6)
- ► March 2020 (1)
-
►
2019
(9)
- ► November 2019 (1)
- ► April 2019 (3)
- ► February 2019 (2)
- ► January 2019 (2)
-
►
2018
(5)
- ► December 2018 (2)
- ► November 2018 (3)
Categories
- baking 6
- essay 56
- food 46
- journey 16
- photograph 29
- still life 5
-
ognimano.com
food essay
food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