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마음

 


1월 8일

새해 들어 처음 책상 앞에 앉았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온 다음날

집에 누군가가 다녀가면 어딘가 차오르는 느낌이다.
천진난만하여 밝은 사람이나 걱정이 많은 사람 구분 없이 나에게 무얼 건네고 간다.
집은 깨끗해지고 다시 정리하는 데에도 부지런해진다.

준비 시간이 세 시간인지도 모를
허브 전병과 육절판은 작년 5월에 배웠던 
레몬밤키친 실장님의 레시피

아롱사태 1.2kg은 한 시간 반 동안 삶아냈다.
이것 역시 촬영 때 만들어 본, 전 직장 동료의 레시피였다.

나는 레시피를 노트에 옮겨 적고
재료를 썰고 또 썰었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친구들 덕분에 칼을 쥐고 사진도 찍었다.
퇴사하고 처음 요리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올해는 더 많은 요리에 도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촬영을 하고
기물들은 아끼는 만큼 자주 꺼내 쓰려 한다.


TWL에서 하나둘 모은 일본 잔들과 크렘므오브제에서 반했던 빈티지잔
그리고 르시뜨피존에서 만난 트레이


월WOL에서 데려온 잔들 - 이혜진 작가님, 김동희 작가님


쓰면 쓸수록 마음에 드는 1250도씨 그릇과 저집의 젓가락


여러 추억이 깃든 그릇 


작은 술잔은 13년 전 배낭여행 중 샀던 유일한 도자기 - 파리 몽마르뜨 어느 작업실에서


소스볼로 애정하는 로얄민트 빈티지 유리볼
물잔, 술잔, 앞접시


일본 여행 중 구입한 하늘색 소스볼 yumiko iihoshi
고속터미널 꽃시장에서 만난 빈티지 스푼


손님을 기다리는 그릇들



밀전병은 하루 전날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어야 쫄깃하다고 배웠다
딜은 부치기 전 넣어 섞는다



엔젤헤어처럼 썰고 싶었던 무, 애호박, 표고버섯, 도라지, 오이 그리고 전복
지인에게 추천받은 천비향 약주를 함께 준비했다


밀전병에 딜을 넣은 레몬밤키친 선생님의 아이디어는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겨자소스에는 잣을 넣었다


대파, 무, 양파, 통후추와 함께 삶아낸 한우 아롱사태
나는 아직 전골냄비가 없다

마지막은 버섯과 계란 넣어 죽으로 마무리


레몬밤키친 선생님 댁에서 먹었던 무생채가 입에 맴돌아 자주 해먹는 중 (그 맛은 나지않는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붕어빵 기술이 늘고 있다. 친구가 사온 딸기, 딸기케이크와 함께 커피 타임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절제의 미학을 위해 붕어빵은 반마리씩 


역시나 절제하려 했으나 리필하게 되는 요거트 생크림 딸기 케이크
친구의 승진과 우리 모두의 새해를 축하하며 초까지 켰다


할머니의 대추주와 실버스푼 한과


대추주와 함께 깊어가는 저녁


마무리는 진토닉과 감자칩
소비요정들의 반성과 다짐이 돌고 도는 백분토론




설거지를 마치고 그릇들은 다시 제자리로,
노트에 3인 초대요리 후기를 적어내려가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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