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O
atelier O

 



후, 거품에 더하는 거품
커진 만큼 텅 빈
날아갈 듯 가벼운
주인 없는 형식

말뿐이고 멋뿐이고 
앞과 다른 뒤는 깊을 뿐이고
스스로에 취한 함정일 뿐인
거울로 뒤덮인 방에서

점잖아지고자
뜻을 맞추려
오래 적어보고자
조약돌이라도 쥐어보려

애쓴 시간 곱하기 0
이동한 거리 곱하기 0
수당 곱하기 0
통했던 대화만이 곱하기 무한대

크지 않아도 괜찮아 형식이 없어도 괜찮아 똑똑하지
않아도 괜찮아 모든 걸 생략하더라도 무얼 하고자 하는지
함께 알고만 있다면

서로를 존중하며 손끝 발끝
눈빛으로 나누는
감각이 있다면



 

밥 다운 밥을 먹는 주말
새로 읽기 시작한 책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우유에 재운 닭다리살
퇴근 후라 10분 정도만
가장 좋아하는 양념으로 소금, 갈아낸 후추, 올리브오일, 로즈마리
여기에 카이엔페퍼 약간 추가해 샤워하는 동안 또 재운다.

뭘 구워도 맛있는 스텐팬을 정성스럽게 또 인내심으로 달군 후
닭의 껍질 부분부터 올려놓는다. 또 인내심으로 최대한 덜 관심 두며 굽기. 불은 중불 이상.
껍질이 맛있게 구워지면 뒤집어 굽기. 조금 덜 굽고 나머지는 뚜껑을 덮어 남은 열로 익혀준다. 촉촉하게.

샐러드는 소금, 화이트 발사믹, 올리브오일만으로 버무리고
그릇에 담아 레몬즙을 함께 뿌려준다. 맛있는 올리브 둘을 더해 치킨샐러드 완성
차갑고 싱그러운 진토닉 한 잔

일 년 전부터 보고 싶었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열어보았다. 









 

어딘가 이어져있거나 닮은 구석의 정도가 아니라
이토록 통한다는 건
나를 위로하며 마음을 편하게 한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건
겨드랑이 사이를 바람이 통하도록 열고 어깨에 힘을 빼는 일

카메라 앞에 서서 포즈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간단한 게 쉽지 않다는 건 이미 몇 해 전에 사무치게 알게 된 일. 우리는 너무도 잘 하고 싶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고 어금니를 꽉 깨문다.

집에서 사진을 찍을 때면 카메라를 곁에 둔다. 아니 항상 곁에 두다가 사진을 찍는다고 해야겠다. 오른손에 바로 잡히도록 멀지 않은 곳에, 부드러운 천을 꼭 깔고 카메라를 올려두는 건 존경하는 분을 보고 배운 습관이다. 방에 드는 햇빛이 사물을 비출 때- 우유를 따르고 곧 사라지는 거품에 반할 때. 처음의 그 거품이 다시는 똑같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럽게 확인하며 카메라를 들어 남긴다.

그렇게 매일 반복하는 습관이 일과 가까워졌을 때, 나는 어떻게 되었나. 렌즈 앞에 서서 겨드랑이 사이에 힘을 풀었다. 내 눈앞에서 어떤 순간이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음식은 한 번 다음의 단계로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정을 거치며 바뀐다. 다시 하려면 아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내 손동작도 언제나 능숙하게 똑같다는 가정 하에 다시 그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과연 그 순간이 다시 내려앉아 나와 만날까. 그 마법 같은 순간이, 눈 맞춤이

몇 번이고 다시 할 수 있으니 마음에 내려앉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회사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단 한 번 만에 완벽한 손길을 원하는 걸까, 우연에 기대는 걸까, 대충 하고 넘어가는 걸까. 나는 내가 원하는 걸 다시 돌아봤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내 눈으로 만난 순간들
생략된 채 충분히 설명되는 장면들
흐르는
살아있는
움직이는
손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느낄 수 있는
수정을 거치지 않은
한결같은
힘을 뺀

서재가 넉넉한 사람처럼 나르고 모은 책 속의 사진들을 꺼내보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내 마음대로 추는 춤을 위하여.














천금같던 술빵













고민한 흔적인지, 그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자연스러운 것인지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흰머리를 들쳐보며
아들이 엄마에게 보일 표정을 짓는다. 엉엉 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내 품 안에서 우는 아들이 나에게도 생길까. 밤톨처럼 둥글고 예쁜 머리통을 쓰다듬고
꽃잎처럼 고운 귓바퀴를 만지작거릴 뿐.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렇게 여름의 끝자락까지 왔다.

전해지지 않는 생각들
남을 평가하는 말들
지치고 지친 관계 속에서 마지막까지 시도를 해 본 끝에
9월.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뜨거웠던 여름만큼 돋아난 언쟁들. 생채기.
결국 또다시 누군가 피함으로써, 사라짐으로 끝맺은 이야기들. 그리고 남겨진 나.
일을 하러 모인 곳에서 일은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급하게 끝마치는 것에 모든 의미를 두듯, 박수를 친다.
요란한 소리로 뒤덮이는 문제들
그럴때마다 묵념을 하고 싶어진다.

어딘가 모를 찜찜함. 그럼에도 돌아가는 시계와 넘겨지는 달력
여기서 가장 배우기 쉬운 건 어쩌면 무기력해지는 방법일지도 몰라.
하나를 제대로 준비해서 '잘' 끝마쳤다는 성취감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는 건 아니란다, 어디선가 매일 들려오던 목소리
얻을 수 있는 건 쏟은 만큼 일 거야.
힘을 빼고 불어오는 희미한 바람이 말해주는 듯 하다.








 


어이없는 실수를 해결하러 급히 마트에 들렀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유턴을 하지 않으려 미리 도산대로를 건너면서 전화를 걸었고 기사님 안녕하세요, 제가 미리 건너가 있을 테니 반대편에서 뵐게요. 라고 말을 했더니
그럼 제가 좌회전해서 바로 모실게요. 전화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하셨다. 잘못 들었나 했는데 분명 '모실게요' 라고 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택시에 손을 흔들어 차에 오르고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하는 짧은 인사가 오고 가자 갑자기
손님은 상위 0.1퍼센트예요.
네?

예약해서 미리 전화하고 손 흔들고 할 때 목소리, 제스처만 봐도 알아요. 사람을 워낙 많이 만나다 보니, 그냥 알 수 있어요.

손님 같은 분은 공주 대접받으면서 사셔야 해요. 공주 대접이라는 게 내가 공주야 하는 거랑은 완전히 달라요. 주변에서 공주 대접을 하면 그 사람은 공주가 되는 겁니다. 손님은 집이나 회사, 부서 어디서나 공주 대접을 받게 될 겁니다. 손님한테 아무도 막 대할 수 없어요. 손님은 그냥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면 됩니다. 제 말 뜻 아세요?

손님 같은 분은 그 부모님이 열심히 사셨다는 걸 그냥 알 수 있어요. 특히 어머니. 어머니가 아주 열심히 바르게 사셨을 겁니다. 저는 그냥 알 수가 있어요.

공주 대접하지 않는 곳은 가까이도 하지 마세요. 손님은 0.1퍼센트입니다. 오늘 모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모든 복을 다 끌어 가지세요.

4분
날 위한 노래를 한 곡 들려준 기분

천사를 만났다. 마음에 마침표를 여러개 찍던 중에 만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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