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추기에 앞서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건
겨드랑이 사이를 바람이 통하도록 열고 어깨에 힘을 빼는 일

카메라 앞에 서서 포즈를 잡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간단한 게 쉽지 않다는 건 이미 몇 해 전에 사무치게 알게 된 일. 우리는 너무도 잘 하고 싶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고 어금니를 꽉 깨문다.

집에서 사진을 찍을 때면 카메라를 곁에 둔다. 아니 항상 곁에 두다가 사진을 찍는다고 해야겠다. 오른손에 바로 잡히도록 멀지 않은 곳에, 부드러운 천을 꼭 깔고 카메라를 올려두는 건 존경하는 분을 보고 배운 습관이다. 방에 드는 햇빛이 사물을 비출 때- 우유를 따르고 곧 사라지는 거품에 반할 때. 처음의 그 거품이 다시는 똑같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럽게 확인하며 카메라를 들어 남긴다.

그렇게 매일 반복하는 습관이 일과 가까워졌을 때, 나는 어떻게 되었나. 렌즈 앞에 서서 겨드랑이 사이에 힘을 풀었다. 내 눈앞에서 어떤 순간이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음식은 한 번 다음의 단계로 넘어가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정을 거치며 바뀐다. 다시 하려면 아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내 손동작도 언제나 능숙하게 똑같다는 가정 하에 다시 그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과연 그 순간이 다시 내려앉아 나와 만날까. 그 마법 같은 순간이, 눈 맞춤이

몇 번이고 다시 할 수 있으니 마음에 내려앉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회사는 그걸 원하지 않았다. 단 한 번 만에 완벽한 손길을 원하는 걸까, 우연에 기대는 걸까, 대충 하고 넘어가는 걸까. 나는 내가 원하는 걸 다시 돌아봤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내 눈으로 만난 순간들
생략된 채 충분히 설명되는 장면들
흐르는
살아있는
움직이는
손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느낄 수 있는
수정을 거치지 않은
한결같은
힘을 뺀

서재가 넉넉한 사람처럼 나르고 모은 책 속의 사진들을 꺼내보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내 마음대로 추는 춤을 위하여.














천금같던 술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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