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고민한 흔적인지, 그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자연스러운 것인지
안에서부터 차오르는 흰머리를 들쳐보며
아들이 엄마에게 보일 표정을 짓는다. 엉엉 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내 품 안에서 우는 아들이 나에게도 생길까. 밤톨처럼 둥글고 예쁜 머리통을 쓰다듬고
꽃잎처럼 고운 귓바퀴를 만지작거릴 뿐.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렇게 여름의 끝자락까지 왔다.

전해지지 않는 생각들
남을 평가하는 말들
지치고 지친 관계 속에서 마지막까지 시도를 해 본 끝에
9월.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뜨거웠던 여름만큼 돋아난 언쟁들. 생채기.
결국 또다시 누군가 피함으로써, 사라짐으로 끝맺은 이야기들. 그리고 남겨진 나.
일을 하러 모인 곳에서 일은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급하게 끝마치는 것에 모든 의미를 두듯, 박수를 친다.
요란한 소리로 뒤덮이는 문제들
그럴때마다 묵념을 하고 싶어진다.

어딘가 모를 찜찜함. 그럼에도 돌아가는 시계와 넘겨지는 달력
여기서 가장 배우기 쉬운 건 어쩌면 무기력해지는 방법일지도 몰라.
하나를 제대로 준비해서 '잘' 끝마쳤다는 성취감은
그렇게 쉽게 찾아오는 건 아니란다, 어디선가 매일 들려오던 목소리
얻을 수 있는 건 쏟은 만큼 일 거야.
힘을 빼고 불어오는 희미한 바람이 말해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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