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귀여운 나의 책장


작업방에 책장 놓기 

창고라 불리우는 나의 작업방 정리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작업방은 책을 읽고 미싱을 돌리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은 책상과 사진을 찍는 큰 테이블을 놓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었다. 작은 책상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나는- 초등학교 들어갈 때 엄마 앞에서 고른 책상의 상판에 다리를 연결했다. 큰 테이블이 문제였는데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딱 하나 있었으나 여자처자 구입하지 못했다. 그동안 구입한건 가장 중요한 카메라와 삼각대 이다.

많은 물건들을 버려야했다. 수납 공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필요 없어진 것들이었다. 아직도 버리지못한 작지만 쌓여 거대한 부피가 된 것들은 한쪽으로 조용히 밀어두었다. 

다음으로 정리해야했던건 책. 
나는 꾸준히 책을 구입하는 편이지만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 손이 잘 안가는 책은 결국 알라딘 중고서점에 갖다주고 또다시 교보문고나 작은 서점을 찾는다. 그래서 책은 점점 더 늘어날 예정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나 책을 땅에 쌓아놓을 수는 없을 터. 나는 큰 테이블보다 먼저, 책장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아주 근사한 책장이 갖고 싶었다. 방에 들어서면 크고 멋지게 존재감을 보여주는. 앞으로 구입할 책들까지 모두 정리될 수 있는 넉넉한 사이즈의. 이런 저런 이미지들을 찾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선반을 만나기도 했지만 어디서 파는건지도 모르겠고 아무래도 지금의 작업방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난 조금은 작지만 내가 갖고 있는 책만큼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리고 가격도 저렴한 편인 <유아용 책장>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슬라이딩으로 한쪽 문이 열고 닫히는 디자인이라 지금 읽고 있는 책이나 요즘 보고 싶은 책 커버를 마음껏 꽂아놓을 수 있다. 후기는 모두 어린 아기 어머니들이 남긴 것이었고 딱 하나. 나같은 성인이 남긴 것이 전부였지만 결정해버렸다.

도착 이틀 전에 연락을 주고 배송날짜는 변경할 수 없다는 문자에
'혼자 사는 사람은 그럼 평일이라도 집을 꼭 지키고 있으라는 말인가?'
혼란스러웠다. 역시나 어느날 다음주 월요일이 배송될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시간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제가 혼자 살아서요."
"그건 이틀 전 기사님이 연락 주실 거에요. 그 전에는 알 수가 없어요."
결국 나는 기사님이 오후에 오실 것을 스스로 예측하여 오후 반차를 내고 토요일 전화만을 기다렸다.

"고객님. 월요일 열두시 반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
"기사님. 제가 혼자 살아서 그런데 한시 넘어서 와주시면 안될까요? 저 반차쓰고 집에 가요."
토요일 저녁에 전화가 온 기사님께 부탁하면서 이제는 집에 뭘 놓고와도 갖다 줄 사람이 없고 집을 비워놓으면 나대신 뭔가를 받아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했다.

"혹시 아이가 있으신가요?"
반차 하고도 마이너스 한시간을 먼저 나와 겨우 맞이한 기사님은 아주 빠르게 설치를 마치더니 이렇게 물었다. 대부분 아이가 있는 집에서 구입하기때문에 아이를 위한 주의사항을 일러주신다고 했다. 나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혼자사는 사람의 작업방에 작고 귀여운 책장이 무사히 안착되었다.  

내 언젠가는 근사한 책장을 꼭 갖고 말겠다는 결심과 함께 이름도 귀여운 <프렌즈 아이 마카롱 슬라이딩 책장>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책장 하나로 작업방이 거의 정리되었다. 

책장 위는 레고와 강아지 모음 

여름이니까 <여름 밤에>, 선물받은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 그리고 토베 얀손의 <위험한 여행> 

그리고 두번째는 아직도 꿈만같은 영국에서 온 Robbie Lawrence 사진집과 루시드폴 <너와 나>

레고가 가득한 레고머리통

언니가 직접 떠준 웰시코기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개 엽서집 



책장: 리바트 프렌즈아이 마카롱 슬라이딩 책장 1200

4 Comments

  1. 헉 유아책장은 유아만 쓴다는 고정관념 대신 슬라이딩 커버의 책장을 놓았다니...발상의 전환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작업실에 몹시 잘 어울려요. 특히 책의 표지가 아름다워 책들 사이에 낑겨 있기에는 아쉬운 책들이 종종 생기곤 하는데, 심미 효과와 더불어 자주 손 닿게 만들어주는 유아 책장은 많은 순기능이 있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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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머낫 빠르게 달린 댓글 :) 아기들이 책을 쉽게 꺼내볼 수 있도록 만든 모양입니다^^ 저의 완성된 작업방을 기대해주셔요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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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정말 예뻐 - 집이 참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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