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93.1



오늘 하루는 지나가는 것이기도 하고 살아내는 것이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견디는 것이기도 합니다.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쉽지 않지만 또 견디는 사람들의 시간에는 평온한 날들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뭉클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죠.


좋아서 시작한 일이 점점 짐이 되어가고 혹처럼 부대끼고 

결국 상처가 된다는 걸 느끼던 한 책방 주인이 있었습니다.

지난봄엔 열흘 가까이 손님 하나 없는 책방을 지키다가 안되겠다. 오늘은 바다에 가서 실컷 울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죠. 책방 문을 닫고 바다를 보러 떠났는데 길을 나선 지 5분쯤 됐을 때 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오늘은 책을 한 권이라도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책 사러 왔는데 어디 있냐는 지인의 전화였다고 하죠. 열흘이나 아무도 오지 않았던 책방에 자신이 잠시 떠나보려 했던 순간에 누군가가 찾아온 건 조금 더 견뎌보자고 소매를 붙드는 신의 손길 같았다고 합니다.


물론 상황이 금방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고 하죠. 날이 더워지자 또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합니다. 지난주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책을 배송해 주신 기사님이 유독 마음에 걸려 시원한 물 한 병과 책 한 권을 내어드렸다고 합니다. 평상시에 책장 앞에서 잠시 멈춰서 책을 바라보다 가시는 분이어서 분명 책을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죠. 기사님은 정말 고맙다고 하시며 책과 물을 가져가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차를 몰고 떠난 기사님이 금방 다시 돌아오더니 혹시 책방 광고나 소개문 같은 거 없냐고 물어보셨다고 합니다. 전에 행사할 때 만들어 둔 페브릭 광고가 있다고 하니 그걸 달라고 하셨다죠. 그 후로 시내에서 책방 광고를 붙인 트럭을 봤다는 소식을 여러 사람에게 받았고 책방에 곧 가겠다는 인사도 받았다고 합니다. 


지친 얼굴로 들어와 책을 한 권이라도 읽지 않으면 안 될것 같았다는 사람이 있어 하루를 견딘 책방 주인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인가보다 하고 좌절한 예술가에게 당신이 그린 그림으로 그때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알려준 귀인 같은 사람이 있어 접었던 무릎을 편 화가도 있습니다. 참새 같은  목소리로 언제 와요, 묻는 아이들 때문에 힘내고

밥은 먹었냐고 지겹도록 챙기고 또 챙기는 부모님 덕분에 견디고.

꿈에 네가 나왔어. 하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해주는 사람 덕분에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팽팽해지고.

그렇게 애틋하게 견딘 하루, 하루가 우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19. Il Libro dell’Amore (The book of love)

2Cellos (voc: Zucchero)


저녁에, 쉼표 하나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 - 김미라 작가님의 글 

6/8 저녁 7시 40분쯤

교보문고에서 




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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