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멀어질수록 상태가 꽤 괜찮아졌다. 물론 그 사이에 혼자 밖에서 밥을 먹다가 체하는 일이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혼자 외식할 땐 영상을 틀어놓지 않기로 마음 먹고 웬만하면 지켜냈다. 돌이켜보니 작년 여름 몸이 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질뻔 하다가 김밥을 먹다가 체했던 것 이후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갑자기 겁이 나서 한여름이 오기 전 짧은 휴가를 냈다. 휴일과 합쳐서 딱 4일. 때마침 언니가 회사에서 휴가를 일주일 더 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래서 휴가가 일년 중 4주에서 5주가 되었다고 한다. 곧 발리에 간다고 너도 올 수 있으면 오라고. 이럴 때면 꼭 언니와 형부가 떠나 비어있을 시드니의 집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쉬는 날 혼자 버스타고 사온 포뮬라 커피 원두
발리에 갈 수 없는 나는 집에서 적당히 크고 단단한 얼음이나 얼려 커피를 내려 마셨다. 새로 산 얼음틀이 도착하고 일주일은 방치하다가 처음 씻어낸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 두 시간씩 스트레칭과 요가를 했다. 냉동실을 비우고자 찐빵을 꺼내 촉촉하게 쪄 먹고 잔치국수를 해 먹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걸 연속으로 먹었더니 아이스 커피에도 속은 무사했다. 가장 좋았던 점은 6시에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점.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를 알게된 느낌이었다.
찐빵을 보니 차를 타고 멀리 놀러가고 싶어진다
동네 나폴레옹 제과점 앞 아이스크림을 찍은 사진에 반해 들어가 사온 아이스크림 샌드. 바닐라, 딸기, 팥 등의 아이스크림 바를 세로로 나란히 놓고 그 주변에 재료가 놓인 사진이었다. 갑자기 8년 전 푸드 스튜디오에서 일했던 때가 떠오르며 그 사진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에이아이인지 아직 물어보진 못했다. 오래 전이라도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믿고 싶은 마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만 오천원어치 사왔다.
바삭한 쿠키 사이에 단단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훌륭했다. 반으로 잘라 둘이 먹으면 딱 좋을 양이었다. 나도 옆에 바닐라와 생크림을 놓고 귀여운 사진을 찍고 싶다.
지난 봄, 벚꽃을 보다 서글픈 감정이 올라오던 시기에 발견한 책 <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책이 있다>를 다 읽었다. 루시드폴 인스타그램에서 처음 발견한 책이었다. 나는 짧게 몰입하는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 책은 조금 달랐다. 글씨가 조금이라도 큰 책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책은 또 달랐다. 나에게 딱 필요한 주제였기 때문에 다르게 다가올 수 있었다. 아름다움과 슬픔을 동시에 느낄 때마다 이 제목이 떠오를 것이다. 어떤 문이 열리고 있구나, 하고.
그외 읽고 있는 책의 현재까지 느낌
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 제목에 반해 산 책. 그에 반해 내용은 너무 조각나있다는 생각이 든다.
달몰이 - <동양서림>에서 발견했다. 동양서림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했던 책과 만나게 한다.
오래된 미래 - 교보문고 광화문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라다크 그곳은 요즘 어떨지 찾아보고 싶지 않다.
요리를 대하는 마음가짐 - 요리를 사랑하다가 도자기까지 만들게 된 로산진의 이야기
분홍빛 짙은 봄에서 멀어질수록 괜찮아진 이유는 그만큼 마음이 말랑해져서인지, 아니면 굳어서인지ㅡ 문장을 찾아 읽어서인지 그만큼 잘 잊어서인지. 단 며칠이라도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서인지. 여름과 가까워져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