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 건가? 싶은 의문이 들었을 때. 봄의 첫날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얼굴에 찬물을 끼얹기 전까지의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던 게. 고작 지하철 네 정거장, 버스 두 정거장 지나 매일이 공사 중인 길을 걸어 지날 때. 내다버린 마음같은 건 아예 모르겠다는 듯 벚꽃이 활짝 펴다 못해 버진로드처럼 우수수 떨어졌다.
ㅡ나만 이 찬란한 봄이 버거운 건가요. 갑자기 찾아온 이 봄의 햇살에서 벗어나 구석으로 숨고 싶은 걸까요.
답을 찾는 물음은 아니었다. 그저 마음을 나누고 싶었을 뿐.
잔인한 사월로 시작했다가 감사한 사월로 이어가는 줄 알다가
또다시 잔인한 사월로 마무리한다. 달이 차고 비워지는 동안 내 기분도 그러하고 몸의 상태 역시 그렇다. 피곤하면 약도 먹지 말고 자라고 했다. 당부의 말은 들어야 의미가 있을텐데, 한 귀로 흘리거나 잊어버리거나 둘 중 하나였다.
감사한 일은 사람 덕분에 일어났다. 아니면 담벼락 옆 모과꽃으로부터. 나무의 주인 어르신은 주변을 깨끗하게 쓸어나간다. 쓱 쓱. 비 내리는 소리 못지않게 그 빗자루 소리를 매일 듣고 싶다고 치앙마이 여행 중에 처음 생각했었다. 쓱 쓱. 청소기가 고장 난 지 한참이지만 당분간 조용히 지내기로 한다. 빗자루 소리에 담긴 인간의 마음씨를 흉내 내 본다.
이글이글 타오를 여름을 어찌 견뎌낼지 벌써부터 무섭지만 사월은 이제 그만 보내주고 싶다. 날씨도 기분도 그 모든 환경도 내 탓으로 돌리는 건 멈추고 싶다. 작은 자리부터 잘 정리하는 사람이 되자고 - 기도하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을 이번 봄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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