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에서의 첫 카페

 




다시 고베로 돌아왔다. 숙소부터 찾기 위해 처음 보는 동네에 내렸다. 니시모토마치역 - 작은 화면에 의지해 알맞게 내렸으나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그만 호텔 주라쿠가 있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걷고 또 걸었다.


일본 드라마에서 보던 풍경이었다. 지붕이 있는 긴 거리를 따라 마트와 카페, 음식점, 서점 등 여러 상점이 줄지어 있었다. 고베 모토마치 쇼핑 거리에서 <나기의 휴식>에서 조촐한 장을 보던 나기와 <반주의 방식>에서 퇴근길 세일하는 식재료를 고르는 주인공이 보였다. 때마침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었다. 대부분 중장년 층이라 그런지 이곳이 일본이라 그런지, 분비는 것에 비해 고요했다. 


호기심을 따라 조금 더 목적지의 반대로 향했다. 여행의 일정이 사흘이 아니라 한 달이면 다 볼 수 있을까. 커피는 오후 두 시 전에 딱 한 잔, 밥은 하루 세 끼만 먹을 수 있는 여행자는 간판만 보고도 느낌이 오는 곳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트를 제외한 모든 상점은 한적하기만 한 이 거리에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문득 커피향에 고개를 돌렸다. 로스팅 카페였다. 안쪽에서 담배를 피우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할머니라 하면 떠오르는 푸근하고 어딘가 힘이 빠진 모습과는 정반대의 인상이었다. 눈동자는 여전히 청년처럼 또렷하고 겉모습만 세월을 맞아버린 사람 같았다. 지나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쉽게 들어가지도 못한 나는 문 앞 메뉴판을 들여다보았다. 이미 아리마 온천 마을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온 탓이었다.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 역시 나이가 지긋해 보였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틈으로 커피와 담배 향기가 퍼져 나왔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아직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카페구나 - 하고. 가까운 나라가 아니라 머나먼 곳으로 떠나온 듯했다.


나는 줄담배를 피우던 세대는 아버지로서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해왔다. 또래 중 그렇게 안이고 밖이고, 밥을 먹기 전이고 후고 담배를 찾는 사람은 잘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 술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이후로 전 세계 젊은이들은 점점 더 술을 안 찾는다고 하니 어쩌면 술과 담배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은 0에 수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 카페는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 떠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이틀 뒤 교토로 떠나던 날의 아침 이곳을 다시 찾았다. 지도를 보니 <하타커피>라고 했다. 고베와 근처 아시야를 돌아다녔지만 여기만큼 인상적인 곳은 찾지 못했다. 하루에 딱 한 번 마실 수 있는 이 날의 커피를 여기서 마시기로 한다. 끼익하고 문을 열자 주인이 담배를 피우다 말고 인사한다. 내가 잘 찾아왔구나 안심했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맑고
사랑처럼 달콤한 
그대의 이름은 … 커피 













흉내낼 수 없는 벽, 제법 어울리는 나의 밤색 코트 
어떤 잔에 커피가 나올지 기대되는 시간과
평범했던 달걀 토스트까지도
ㅡ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집중해서 책을 읽어나갈만큼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














고베에서 첫눈에 반한 이 카페에 앉아 진한 커피를 마시며, 어릴 적 절대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의 술과 담배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매일 찾는 이 커피와 같은 게 아니었을까. 주인과 손님이 조용히 맞담배를 피우는 바에 앉아 마음 편히 담배를 피울 곳이 필요했을 아빠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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