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고요한 마음을 이어가기란 별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큼 어렵다. 언제나 따라오는 불순한 생각들. 그래서 노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잠들 땐 비 내리는 소리를 틀어놓는다. 동네에 새로 핀 꽃 주변을 윙윙 맴도는 벌을 관찰한다. 도심을 관통하는 청계천이나 양재천을 걷고 걷다가, 그럼에도 마음이 답답한 날에는 한강에게 간다. 반포대교에서 한남대교로 걷다가 잠시 불빛이 잠잠해지고 높은 나무와 심심한 의자가 나오면 쉬어간다. 남산타워를 바라보는 건 어쩌면 그 너머를 보고 싶은 이유일 수도 있다. 눈을 멀리 두고 머리도 그 주변에 두고 싶은 심정으로.
철원이라고 했다. 군부대 말고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곳이었다. 포천과 철원을 따라 흐르는 한탄강은 내 기억 속에 없었다. 경기도의 끝이 양주인 줄 알았던 나는 그보다 더 끝인 포천을 처음 지나, 철원으로 넘어갔다. 경기도에서 강원도를 건너가는 길이 어쩐지 낯설어서 스페인 피게레스에서 프랑스 리옹으로 건너가던 여행도 떠올랐다. 스물셋, 63일간의 기억은 이렇게 평생을 따라다닌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후로 무얼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지나버린 날들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었다. 사실 짧은 휴일을 앞두고 다시 일본 고베를 찾거나 아니면 나오시마, 치앙마이, 홍콩을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갔던 곳으로 또, 아니면 새로운 도시로 떠나보기. 이 나라를 떠나는 게 목적인 사람처럼 그렇게 알아보는데 시간을 썼다.
결국 목적지는 철원이 되었고 아무 정보 없이 비둘기낭 폭포 라는 곳에 다다랐을 때ㅡ 이미 모든 걸 갖고 있던 사람처럼 웃었다. 물소리를 들으며 강아지와 단둘이 앉아있던 젊은 여자는 이곳에 몇 번이나 왔을까. 익숙해 보이는 모습이 다른 세상의 사람 같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아래를 바라보니 사람은 닿을 수 없는 바위 위로 청설모가 지나간다. 태어나 처음 보는 동화 같은 풍경에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사람이 닿지 못하는 곳. 사람이 가지 못하도록 막아야만 지켜지는 모습. 그 자체로 투명하고 맑고, 더는 필요한 것이 없는ㅡ 자연 自然
이국적이다 라거나 신비롭다 라거나 - 표현의 한계를 뱉어내기보다 말없이 바라보고, 크게 심호흡하는 편이 나았다. 비가 조금씩 내려 흐린 날씨 덕분에 마음의 바닥까지 차분함이 내려앉았다. 내가 그토록 떠나고 싶었던 곳은 이 깊고 깊은 산골짜기 아래 작고 작은 비둘기낭으로 였구나. 사람 발길 닿지 않은 바위 위로 작은 청설모가 걸어가는 장면을 보고 싶었던 것이구나. 그렇게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전부를 보았다. 보자마자 알아차리는 망설임 없는 마음. 오랜만에 드는 확신의 감정이었다.
환전도 시차도 없는 나의 나라에서,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고 누릴 수 있어 감사했다. 도시에서 언제나 찾아헤맸던 건 편견 없는 마음이라는 걸 배웠다. 자연만큼이나, 자연에 가까운, 자연만이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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