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게 잘 물어보고
친절하게도 잘 대답해 준다.
최근 인스타그램 메세지로 모르는 사람 둘에게 카메라 렌즈에 대해 물어보았다. 첫 번째는 멕시코시티에 살면서 전 세계로 촬영을 다니는 여자 포토그래퍼였고 두 번째는 일본의 작은 마을에서 숙소와 카페를 운영하는 성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몇 가지 단서로 후지필름 중형 카메라를 쓰는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이 과연 어떤 렌즈를 쓰는지 궁금하여 실례를 무릅쓰고 말을 걸었던 것이다. 유명한 포토그래퍼는 나의 기나긴 사연에 아주 함축적인 답을 해주었고 -답변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지만- 일본의 사람은 나보다도 더 길게 답 해 주었다.
렌즈가 50mm 인지 55mm인지, 80, 45-100, 110mm 인지
아니면 내가 감히 가지지 못할 일억 만화소의 카메라인지. 작년을 떠올리면 나는 그런 질문들에 푹 빠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설 연휴 즈음 장터에 내놓았던 두 개의 렌즈는 팔리지 않았고, 모두들 깎으려 안달이었다. 그렇게 깎을 바엔 차라리 팔지 않는 편이 나아서 판매 완료로 바꿔버렸다. 벌써 3년이다. 새로운 카메라로 일을 하면서 여러 시도를 해왔다. 새로운 렌즈를 들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즐거웠다. 수업료를 내가며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다고 믿었다.
'.. 작은 렌즈만 사용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렌즈는 해상도도 뛰어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렴한 렌즈의 소박한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고 최근에 생각합니다.'
아마도 나와 같이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계정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본 사람이 보내온 문장이다. 나와 똑같은, 다소 낮은 사양의 후지필름 중형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 나와 같은 렌즈 두 개 중 가장 작고 가벼운 50mm만 남겨둔다고 한다. 얼마큼 쌓아온 나날의 끝에 내린 결론을 지나가는 이에게 솔직하게 설명해 주어 표현할 길 없이 고마웠다.
고민을 나눌 곳이 없다는 건 어쩌면 몸으로 부딪히고 스스로 배우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 시간도 돈도 기꺼이 내기로 결심했으니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한번씩 바람에 날아가는 깃털이라도 붙잡으려는 심정을 거울처럼 마주한다. 그 고마운 답변에도 똑같이 따르지 않고 참고만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나의 모습이다. 어디로 가는 것은 분명하나 그게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새로운 렌즈 하나 들고 멕시코 시티, 뉴욕과 같은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상상을 한다. 시끄럽던 속이 잠시 조용해진다.
올해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하나둘 모아 손에 만져지도록 만들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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