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겨울, 밤의 마음





좋은 습관을
소개받는 자리

지난 여름밤엔 잠이 안 올 때마다 리미 대표님을 따라 방마다 옮겨가며 보냈던 시간을 떠올렸다. 자연에 가까운 향, 차분한 불빛, 책과 부드러운 인형 그리고 사그락거리는 이불이 놓인 방.  손가락은 책 위에, 책을 따라 쓰기 위한 연필에, 사랑스러운 인형에 놓였다. 나의 침실이 그곳과 같을 순 없지만 나는 책을 침대 곁에 두고 무명 베갯잇을 하나 더 사 입혔다. <잠으로의 평온한 여정>을 애써 따라 하며 여름날들을 이겨냈다.

쌀쌀한 바람이 마음까지 불어오기 시작하는 11월, 이번엔 책과 바가 합쳐진 곳으로 초대받았다. 오래된 건물의 계단부터 편백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희녹의 짙은 그린으로 옷을 입은 필사 공책 <밤의 마음>에는 오랜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여백이 더 많은 공책은 인생을 먼저 읽어나간 선배가 후배를 타이르듯 속삭인다. 따라 쓰며 마음이 흔들렸다면 꼭 전체를 읽어보라고.

앞자리에 앉은, 거의 모든 이야기를 완독한 분이 읽으면 좋을 순서까지 정리해 주는 걸 우연히 들었다. 수레바퀴 아래서 - 데미안 - 1984 였나. 선배님이라고 부를 뻔한 나는 1984에서 영감받은 칵테일을 마시며 처음 보는 구절을 따라 썼다. 내가 고르는 구절은 어쩌면 지금 내 마음이 필요한 문장일 것이다. 고전이라 부르기도 어색할 만큼 지금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져 내 마음에 박힌다.

이보게, 로비노, 인생에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온다네. -야간비행 중

그는 내면의 소리가 추구하라고 명령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고자 했고,
내면의 소리가 머물라고 한 곳 외에는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자 했다. -싯타르타 중 

"나만의 천국이 바로 저기 있어. 남들이 천국 따위,
나는 좋은지도 모르겠고 가고 싶지도 않아." -폭풍의 언덕 중


한쪽에는 밤의 책을 추천하는 자리도 있다. 익명의 관계자가 써놓은 작은 코멘트엔 애정이 뚝뚝 묻어있다. 읽었던 책은 그래 그랬지, 하고 끄덕이고 읽어볼 책은 표지를 눈여겨본다. 잠들기 전 읽는 책은 꿈과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왔다. 누군가는 긴 잠을 위해 단편을 고르고 누군가는 현실에서 떨어진 소설을 펼친다. 낮의 시름은 밤의 마음에 닿지 않도록 밖에 두고 싶은 건 모두 같은 생각이다.  

퇴근 후, 핸드폰은 현관 옆에 둔다. 단단한 얼음과 애정을 담아 술 한 잔을 만들고 잠에 가까운 어둠 속에서 작은 등 하나 켠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작가들이 쓴 구절 몇 자 따라 적다가 잠든다. - 긴긴 겨울밤 내가 이어가고 싶은 새로운 습관이다.















































<잠으로의 평온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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