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전골

 





위로가 필요한 자리도, 축하를 더하는 자리도 많은 11월이다. 햇빛도 서로 다른 사연을 모두 품겠다는 듯 더 찬란히 내리쬔다. 아니면 어디서 분위기 수업이라도 듣고 온 걸까. 매일 걷던 길이 달리 보인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햇볕 속 단풍을 보며 감탄한다. 노랗고 붉게, 무르익은 감처럼 탐스러운 색을 뽐내며 파르르 떨리는 단풍잎들.

찬바람이 불자마자 닭 한 마리를 끓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한 닭 한 마리를 오랜만에 사왔다. 양파와 대파, 당근, 마늘, 후추를 넣고 푹 고아 낸다. 온 집안에 따뜻한 온기가 퍼질 때쯤 떠오르는 제목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가을밤. 내 영혼을 위해 닭 육수를 내어 전골을 끓인다.


없는 반찬을 꺼내본다. 우엉과 연근 조림, 오이 조금, 그린 페퍼 
술은 조금만
입만 적신다.



나는 아직 전골 냄비가 없지만 
안성주물 가마솥은 있다.



소스는 청양고추와 간장, 식초, 설탕, 연겨자
여기에 닭 육수를 넣어 준다. 



쌈장없이 오이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호기심에 사 본 그린 페퍼는 
입 안이 알싸하게 씻기는 맛




어쩌면 닭고기보다 맛있을 대파와 알배추, 애호박, 버섯, 부추




육수의 진득함이 배추, 부추 사이로 퍼진다.




소스에 찍어먹다가 
소스를 뿌려먹기로 변경




그리고 남은 닭 육수에 죽 끓여 먹기




잘 익은 감의 색을 보고있자면
잘 빠진 스포츠카가 떠오른다.








잠을 위해 챙겨 먹는 마그네슘







닭 한마리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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