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은 사랑, 스콘은 마음

 


남이 알면 아깝잖아
쉽게 흘러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비밀의 장소를 보여주며 떨리는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할거냐- 고 묻는 친구에게, 단단하게 대답하는 친구. 이 소중한 걸 왜 남들에게 말하겠느냐는 어투로. 더는 만족시키기도 어려운 문장이었다. '남이 알면 아깝다'라. 영화관에서 본 <괴물> 중 나왔던 이 한마디에 사로잡혔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작은 방에 조용히 앉아있고 싶은 기분이 꽤 오래 갔다.

그러던 중 작년 11월, R대표님의 댁에서 비공개 수업이 열렸다. R대표님이 혼자만 알기 아까운 맛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 온몸으로 움직인 결과였다. 일본 도쿄에서 빈티지 그릇과 커트러리, 밀가루까지 챙긴 요리 연구가 마미상을 모셔온 자리. 나는 사진을 찍으며 아마도 평생 반복할 잼과 스콘 만드는 법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간단하게 말해 잼과 스콘이지 두 가지 스콘과 곁들이는 크림, 허브를 올린 치즈, 라즈베리 잼까지 만들고 나니 세 시간이 훌쩍 넘어있었다.

마음을 먹고 혼자 복습하던 날. 라즈베리 대신 딸기가 주인공인 잼을 만들기로 한다. 그날의 사진을 돌아보며 배운 대로 순서를 지켰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거품을 걷어내고 잼이 타지 않도록 나무 주걱으로 저으며 검붉게 졸여지는 잼을 바라보다 문득 마음이 뜨거워졌다. 많이 달지 않고 새콤한, 세상 맛있는 잼이 있다며 이야기하던 R대표님의 반짝이던 눈빛이 떠올랐다.

마미상의 스콘만큼 봉긋 부풀어 오르진 않았지만 갓 구운 스콘이란 정신을 놓았다가는 세 개까지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신선한 잼과 크림을 반으로 쪼갠 스콘 위에 올려 한 입에 넣었다. 커피보다 잘 어울리는 홍차도 한 잔. 이 조화를 맛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전해지는 동시에 떠오르는 몇몇 얼굴들. 그리고 생각했다. 
좋은 것일수록 아끼고 싶은 만큼 나누고 싶어질 수 있다는 것. 진심이 맞닿은 사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말이다. 모든 건 지금 이 시절을 함께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거친 스콘의 표면을 보며 다음에는 버터를 더 작은 알맹이로 쪼개고 부드럽게 뭉쳐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차갑고 보드랍고 매끄럽던 마미상의 반죽처럼. 어느 일요일 아침 나는 스콘을 열 개씩 구워내며 한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생각보다 묽을 때 졸이기를 멈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잼의 질감이 완성된다.


바닐라빈을 넣는 타이밍에도 섬세함이 필요하다.





그렇게해서 완성된 잼은
요 사이즈로 두 통



빈티지 유리병+스푼 세트를
처음으로 꺼내 쓴 역사적인 날이다.



여러 크기의 동그란 틀을 처음 써봤다.



보송하게 만든 클로티드 크림도 수북이 쌓아놓으면
먹을 준비 완료




T2의 뉴욕 브렉퍼스트 차와 함께
바닐라, 시나몬 향이 나는 블랙티


 동그란 틀로 찍어내다 남은
덜 예쁜 요 스콘이 가장 맛있다는 사실



 정신없이 흘린 부스러기만큼
행복했던 시간




 쌓아놓고 보니 버터나이프 빼고 전부 빈티지



 
다시 꺼내보는 마미상의 책




















어쩐지 정이 가는
떫은 맛이 나던 나의 첫 스콘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