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삼월

 삼월 육일에 1판 1쇄가 발행된 <맛있는 이야기>를 모두 읽었다.
이이지마 나미는 카모메 식당, 안경, 수영장,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남극의 셰프 등의 영화와 심야식당, 빵과 수프-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등의 드라마에서 푸드 스타일링을 맡았던 일본의 유명한 푸드 스타일리스트이다. 나는 이중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보았기에 촬영 속 에피소드와 레시피가 담긴 이 책이 더욱 재미있었다. 술술 읽히는 것이 아쉬워 아껴 읽었지만 결국 삼월이 지나기 전에 마지막 장을 덮었다.

오랜만에 고수 페스토를 만들다가 이 맛도 저 맛도 아니게 되었던 어느 늦은 밤. 팩피의 고수 파스타를 따라 만들어보던 저녁이었다. 사실 오래전 먹어보았기에 맛이 잘 기억나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지만, 어딘가 재료만 준비되고 마음이 불편해 요리를 망쳐버렸다. 싱싱하고 속이 편한 재료들뿐이었지만 소화도 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고수페스토를 다시 만들었다. 퇴근하자마자 해동해 놓은 연어를 구웠다. 김밀란 선생님이 가르쳐 준 대로 잣과 로즈마리를 다져, 계란물을 살짝 바른 연어의 등 부분에 꼭 붙여주었다. 잘 달군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른 후 굽다가 버터를 녹여 스푼으로 끼얹어주며 익혀주면 완성이다. 고수페스토와 함께 연어 스테이크를 먹은 건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맛이 있을 줄은 몰랐다. 마늘과 밀가루, 고기가 없는 저녁이라 그런지 속도 편했다. 마치 아무것도 안 먹은것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하나뿐인 요리'를 위해서는 마음을 편안하게 먹는 것이 첫번째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한 번 실패하는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서 더욱 여러번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책 표지처럼 소박하고 간단한 것들로, 단 몇 줄로 끝나는 레시피여도 충분하다. 거기에 더해지는 이야기가 쌓이면 이렇게 책 한 권이 되는 것이니.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