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큼 자주 구입하진 못하지만 애정으로 꾸준히 지켜보는 로얄민트
마지막으로 받아보았던 게 2022년인 것 같으니 참 오랜만이다. 두 달을 지켜봤던 오벌 플레이트와 유리 볼은 끝내 나에게 왔다. 오벌 플레이트는 평평한 모양과 커다란 사이즈가 마음에 들었고 세월이 묻은 흔적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유리 볼은 스텐리스 재질의 크기별로 갖고 있는 것이 워낙 잘 쓰여, 투명한 것이 있으면 딱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나타났다. 전에 로얄민트에서 구입했던 빈티지 유리들이 모두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더욱 눈에 들어왔다. 어딘가 완벽하지 않은 선과 적당할 두께. 보지 않아도 오래 잘 쓰일 것이 보였다.
일하고 있는 곳에 빈티지 오벌 플레이트가 여러 개 들어왔고 곧 일본 유리 작가의 전시가 시작된다. 그것은 그것대로 아름답지만 이것은 또 다른 것. 이번에 택배로 받아보고 다시금 생각했다. 로얄민트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먼저 블로그에 담담하고 정성스럽게 쓰이는 소개글과 사진이 멋진 첫인상을 남긴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머나먼 땅에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작은 기물들. 온전한 형태로 세월을 겪어낸 기물들은 그 자체로도 신기하지만 역사와 함께 깊이가 더해진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읽고 있으면 신비한 기분이 든다. 소개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따뜻한 물에 천연세제로 2차 세척을 마친 후 적당한 빛 부여로 부드럽게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이다. 빛도 바람도 더해진 기물들은 세월 속에서도 반짝인다.
특별함이 더해지는 이유 - 오래 기다려서일까, 생각했다. 주문을 하고 언젠가 도착하겠지 하고 비우는 마음. 깨지지 않아야 할 텐데, 하는 마음.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낯선 스티커가 붙어있는 박스는 친절한 우체국 기사님을 거쳐 무사히 집 앞에 놓인다. 참 이상한 것이 나는 바로 박스를 뜯어본 기억이 없다. 항상 하루, 이틀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제야 박스를 여는 것이다.
포장 때문일까, 도 생각했다. 나는 무심하게 싸여진 저 신문지가 좋다. 최근 일본 신문으로 포장된 유리컵들을 풀면서도 생각했었지만, 일본어는 읽을 수 없기에 이 정도는 아니었다. 레시피도 쓰여있고 마더스데이의 선물을 이렇게 포장하라는 말들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낯선 곳에서 우연히 찾아온 어떤 날의 뉴스가 놓칠 수 없이 재미있다. 글씨와 이미지들을 차곡차곡 펼쳐보니 딱 내가 생각하던 유리 볼이 나타났다.
오벌 플레이트를 감싼 종이는 그 색감이 그릇과 한 쌍처럼 잘 어울려 카메라를 들고 장소를 옮기고, 필름 카메라까지 들게 되었다. 곱다. 로얄민트의 컬러다. 시든 꽃을 놓고 그릇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쿠키를 굽거나 작은 타르트를 만들어 놓고 싶다. 파운드케이크도 좋겠다.
언제나 포장을 풀던 날을 기억하게 되는 런던에서 오는 택배
아껴 쓸 수 밖에 없는 작고 귀한 것들이 손에 닿기 때문에 특별해지는 것.
올해에는 마음만큼은 못하더라도,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다려 본다.
@royalmint_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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