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

 


2024년 2월

훗날 돌아보았을 때 많은 것을 버리고 비우는 기점으로 기억할 만한 달. 12년 전 배낭여행 추억 상자, 쌓아두기만 한 빈 노트, 다 쓰지 못한 색연필, 연필 몇 다스, 언제나 모아 온 리본들, 색색의 재봉실들, 간직했던 좋은 원단들을 모두 뒤집어엎어 버리는 중이다. 항상 묶음으로 사는 20리터 일반 쓰레기봉투가 너무 작아 대형으로 한 장 사 와야 할 판. 쌓아 둔 편지와 내가 쓴 다이어리까지 한 번 훑어보고 버릴 지경이다. 이런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 다이어리 속 몇몇 장면은 그때로 돌아가 나를 있는 힘껏 안아주고 보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겁먹지 말라고, 자신도 곧 모든 걸 쉽게 잊어버리는 때가 온다는 말과 함께.

꼭 남길 것만을 남기고 모두 정리하려 한다. 중요했던 것들이 뒤바뀌고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때가 찾아온다. 그 때를 맞이하게 된 나 자신을 격려하고 싶다. 무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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