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카롱을 찍다가 눈을 마주친다는 느낌이 들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회사에서 이제 막 조명을 설치해 같은 위치에 놓인 음식들을 이렇게 저렇게 찍던 때였다. 말도 못 하고 손바닥보다 작은 마카롱이 오른쪽 눈에 싸악 감기더니 마음에 쏙 드는 한 장의 사진을 남겨주었을 때. 집에 조명을 사서 더 연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생각이라기보다 의심할 수 없는 확신에 가까웠던 그 어느 날.
어떤 날은 햇빛에 반짝이는 토마토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농장에서 어떻게 길러졌는지, 이렇게나 예쁜 토마토가 나에게 왔나 싶을 정도였다. 예쁘다는 건 좌우가 대칭이거나 그림처럼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햇빛 아래서 자유롭게 자라났을 토마토. 올록볼록 제멋대로 자란 모양새. 자연에서 온 그대로 자연스러운 모양이었다.
작은 마카롱이나 자연에서 온 토마토에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며 사진을 찍는데, 사람은 오죽할까. 외국에서 마주한 모르는 사람의 뒷모습에서. 추워보이는 그러나 따스한 조명을 뒤로하고 걸어오는 여자의 얼굴에서. 어떤 말들이 걸어오고 눈을 마주친다. 여러 장이나 영상도 필요없이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실려오는 감정은 더 강렬하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담긴다.
웃는 걸까 우는 걸까
고뇌하는걸까 잠시 앉아 쉬는걸까
고뇌하는걸까 잠시 앉아 쉬는걸까
문 앞에서 펄럭이는 손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의 얼굴은 우는 것처럼 보였다. 이층에 올라설 때 보이는 액자속의 같은 여자는, 천창에 화분의 나뭇가지가 함께 비쳐 싱그러워 보였다. 사진책의 표지이기도 한 이 사진은 분홍색에 둘러싸여 있으니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멋진 의자 앞에 나선형을 그리며 쌓여있는 사진책들 속 여자는 어느 집의 고명딸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또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어느 노인의 사진이 있다. 볼로냐의 오래된 공원이 떠오를 만큼 낡지만 멋스러운 바닥과 벽, 계단이 보이고 둥글고 평평한 돌에 앉은 노인이 머리를 감싸고 바닥을 보고 있다. 노인은 키가 크고 날씬해 보인다. 부드러워 보이는 상의를 입고 멋진 신발을 신었다. 흰머리가 어쩌면 빛나 보이기도 힘없이 얇아 보이기도 하는 이 사진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이층에 오르자마자 보이는 큰 벽에 걸린 사진에도 노인이 서있다. 노인은 별다른 몸짓을 보이지 않고 그저 걷고 있다.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지만 인간에 비해 한없이 광활한 바다 앞에 선 노인. 그 뒤로 남겨진 발자국이 선명하다. 이만큼 환하고 높은 천장의 주방이 있다면 식탁 앞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산책나온 노인의 상쾌함을 느끼고 힘들었던 목요일 밤에는 노인의 발자국을 유심히 보며 나도 그 중 하나 남기고 있다 생각을 할 것이다.
큰 사진 앞에는 희고 금빛으로 둘러싸인 망원경과 함께 이렇게 써있다.
해변가에 다가서는 노인과 그 발자국이 보이시나요?
망원경을 이용하여 멀리서 혹은 가까이에서,
여러분만의 방법으로 사진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만의 방법으로'
몇 자 되지 않는 그 말이 마음을 울린다. 제목도 장소도 적혀있지 않는 장면들을 나만의 방법으로 감상한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경험이 된다. 전시의 제목처럼 순간에 솔직하고 충실하며 살고싶다는 소망도 품어본다.
몇 자 되지 않는 그 말이 마음을 울린다. 제목도 장소도 적혀있지 않는 장면들을 나만의 방법으로 감상한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경험이 된다. 전시의 제목처럼 순간에 솔직하고 충실하며 살고싶다는 소망도 품어본다.
Feeling Before Seeing
Young chul Kim 김영철 작가 사진전
@LE SITE PIGEON (LCDC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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