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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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있니? 
-메리 올리버 

예를 들어, 나무들이 무얼 하는지
번개 폭풍이 휘몰아칠 때나
여름밤 물기를 머금은 어둠 속에서나
겨울의 흰 그물 아래서만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지금, 그리고 지금 - 언제든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때.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그저 거기 서서
우리가 보고 있을 때 보이는 모습으로 있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조금만 여행하기를 소망하며,
뿌리부터 온몸으로,
춤추지 않는다는 걸,
갑갑해하며 더 나은 경치, 더 많은 햇살,
아니면 더 많은 그늘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그저 
거기 서서 매 순간을, 새들이나 비어 있음을,
천천히 소리 없이 늘어가는 검은 나이테를,
마음에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음을
사랑한다는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인내, 그리고 행복, 그런걸. 





Can you imagine?

For example, what the trees do
not only in lightning storms
or the watery dark of a summer's night
or under the white nets of winter 
but now, and now, and now-whenever
we're not looking. Surely you can't imagine
they don't dance, from the root up, wishing
to travel a little, not cramped so much as wanting
a better view, or more sun, or just as avidly
more shade ㅡsurely you can't imagine they just 
stand there loving every
minute of it, the birds or the emptiness, the dark rings
of the years slowly and without a sound
thickening, and nothing different unless the wind,
and then only in its own mood, comes
to visit, surely you can't imagine 
patience, and happiness, like that.




-Mary Oliver(1935-2019)




여름밤
-메리 올리버

밤은 너무도 길고, 그 페이지들은 너무도
천천히 넘어간다.
누가 그걸 읽을 수 있겠는가?
누가 그 마지막 챕터를, 후기를
짐작할 수 있겠는가?

달빛은 별개의 이야기, 대개 연인들의 이야기다.
별빛도 별개의 이야기, 우리가 안개 낀 하늘을 바라는 하늘의 이야기다.

그리고, 가끔, 작은 음악도 있다,
흉내지빠귀도 잠들지 못하는 듯.

밖으로 나가면
풀이나 비 냄새를 맡는다.
아니면 꿀주머니 냄새, 또 하나의 깨어 있는 ㅡ

파란 붓꽃, 너무도 곧고, 너무도 달콤한 입술을 지닌.
어둠 속에 홀로 부드럽게 피어 있는.




Summer Night

The night is so long, its pages are so slow.
Who can read it?
Who can guess the final chapter,
or the afterword?

Moonlight is another story, of lovers mostly.
And starlight still another, of the heaven
we hope for in the haze of the heavens.

And there are little musics, sometimes,
as though the mockingbird, also, can't sleep.

If I step outside
I smell the grass, or the rain.
Or that purse of honey, another one awakeㅡ

the blue iris, so straight, so sweet-lipped.
Soft and alone in the dark.





-Mary Oliver(1935-2019)



2020년 8월 23일 저녁 


<완벽한 날들> 



이 여름에 만나게 된 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하는 책.

 푹 자고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요


 하나 남은 키위를 누가 귀엽게 넣어놨네요?


 간단하게 요거트볼을 만들어볼게요 


키위와 바나나를 먹기 좋게 썰어주고 요거트를 부어요 

 먹을 때마다 발리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east bali cashews 그래놀라를 뿌려줍니다


 꿀을 넣어주면 완성


 이번엔 스프 위에 올라갈 크루통을 만들어볼게요
새로 선물받은 빵칼로 바게트를 써는데 도마도 같이 썰어버릴 뻔했어요 (조심)



 조금 더럽지만 괜찮은 팬에 버터를 녹여줍니다



 바게트를 바삭하게 구워주면 완성


 하루 전날 만들어놓은 단호박 스프는 타지않게 잘 저어주며 데펴줘요



 아직 핸드블렌더가 없어서 퓨레같은 스프가 완성되었어요



 파슬리를 뿌리고


 크루통을 올려주면 완성


 자몽주스와 함께 먹어봐요

자몽주스 색이 너무 고와요


한번 먹어볼까


냠 (빵수니는 빵을 두번 더 리필해서 먹었어요)

 식물 친구들은 일주일만에 햇빛 샤워 중이네요



이불과 침대 머리맡 동물 친구들도 모두 빨래터에서 일광욕 중 

아무래도 가을이 시작되려나봅니다.



*모두 영상으로 찍고 캡쳐한 사진들 

작업방에 책장 놓기 

창고라 불리우는 나의 작업방 정리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작업방은 책을 읽고 미싱을 돌리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은 책상과 사진을 찍는 큰 테이블을 놓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었다. 작은 책상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나는- 초등학교 들어갈 때 엄마 앞에서 고른 책상의 상판에 다리를 연결했다. 큰 테이블이 문제였는데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딱 하나 있었으나 여자처자 구입하지 못했다. 그동안 구입한건 가장 중요한 카메라와 삼각대 이다.

많은 물건들을 버려야했다. 수납 공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필요 없어진 것들이었다. 아직도 버리지못한 작지만 쌓여 거대한 부피가 된 것들은 한쪽으로 조용히 밀어두었다. 

다음으로 정리해야했던건 책. 
나는 꾸준히 책을 구입하는 편이지만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 손이 잘 안가는 책은 결국 알라딘 중고서점에 갖다주고 또다시 교보문고나 작은 서점을 찾는다. 그래서 책은 점점 더 늘어날 예정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나 책을 땅에 쌓아놓을 수는 없을 터. 나는 큰 테이블보다 먼저, 책장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에는 아주 근사한 책장이 갖고 싶었다. 방에 들어서면 크고 멋지게 존재감을 보여주는. 앞으로 구입할 책들까지 모두 정리될 수 있는 넉넉한 사이즈의. 이런 저런 이미지들을 찾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선반을 만나기도 했지만 어디서 파는건지도 모르겠고 아무래도 지금의 작업방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난 조금은 작지만 내가 갖고 있는 책만큼을 수용할 수 있는, 그리고 가격도 저렴한 편인 <유아용 책장>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슬라이딩으로 한쪽 문이 열고 닫히는 디자인이라 지금 읽고 있는 책이나 요즘 보고 싶은 책 커버를 마음껏 꽂아놓을 수 있다. 후기는 모두 어린 아기 어머니들이 남긴 것이었고 딱 하나. 나같은 성인이 남긴 것이 전부였지만 결정해버렸다.

도착 이틀 전에 연락을 주고 배송날짜는 변경할 수 없다는 문자에
'혼자 사는 사람은 그럼 평일이라도 집을 꼭 지키고 있으라는 말인가?'
혼란스러웠다. 역시나 어느날 다음주 월요일이 배송될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시간이라도 알 수 없을까요? 제가 혼자 살아서요."
"그건 이틀 전 기사님이 연락 주실 거에요. 그 전에는 알 수가 없어요."
결국 나는 기사님이 오후에 오실 것을 스스로 예측하여 오후 반차를 내고 토요일 전화만을 기다렸다.

"고객님. 월요일 열두시 반쯤에 도착할 것 같아요."
"기사님. 제가 혼자 살아서 그런데 한시 넘어서 와주시면 안될까요? 저 반차쓰고 집에 가요."
토요일 저녁에 전화가 온 기사님께 부탁하면서 이제는 집에 뭘 놓고와도 갖다 줄 사람이 없고 집을 비워놓으면 나대신 뭔가를 받아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했다.

"혹시 아이가 있으신가요?"
반차 하고도 마이너스 한시간을 먼저 나와 겨우 맞이한 기사님은 아주 빠르게 설치를 마치더니 이렇게 물었다. 대부분 아이가 있는 집에서 구입하기때문에 아이를 위한 주의사항을 일러주신다고 했다. 나는 필요 없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혼자사는 사람의 작업방에 작고 귀여운 책장이 무사히 안착되었다.  

내 언젠가는 근사한 책장을 꼭 갖고 말겠다는 결심과 함께 이름도 귀여운 <프렌즈 아이 마카롱 슬라이딩 책장>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책장 하나로 작업방이 거의 정리되었다. 

책장 위는 레고와 강아지 모음 

여름이니까 <여름 밤에>, 선물받은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 그리고 토베 얀손의 <위험한 여행> 

그리고 두번째는 아직도 꿈만같은 영국에서 온 Robbie Lawrence 사진집과 루시드폴 <너와 나>

레고가 가득한 레고머리통

언니가 직접 떠준 웰시코기와 데이비드 호크니의 개 엽서집 



책장: 리바트 프렌즈아이 마카롱 슬라이딩 책장 1200
코펜하겐에 들어갈 때(2011)



또다시 비 오는 일요일이다. 

몇 주 째 비가 내리고 있다. 어쩌다 토요일에 외출이라도 하게 되면, 일요일에 읽을 책과 먹을거리를 사 와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이렇게 고립된 일요일에는 집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았다. 차분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들이 이어진다는 게 책과 비를 모두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비가 넘치게 내리는 걸 보니 무서워졌다. 이 모든 게 지구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라는데- 내가 올해 에어컨을 너무 틀었나,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폭염에 알프스 빙하가 녹아버렸고 2050년에는 기후 문제로 인한 난민이 1억 몇천 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때 내 나이는 예순이 막 지났을 텐데. 신문을 읽다가 더 심각해졌다.

그러다 항상 재밌게 읽고 있는 푸드 저널리스트 마이클 부스의 <먹는 인류> 칼럼을 읽고 조금 웃었다. 코로나를 잘 이겨내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덴마크와 한국을 꼽으며, 두 나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문화에서 초인적인 힘을 내는 마법의 단어로 한국의 '한'과 덴마크의 '휘게'을 설명한다. 그러니까 한국인은 한의 정서를 발휘하여 꿋꿋하게 코로나를 이겨내고 덴마크는 (항상 그랬듯)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빵과 술을 챙겨두고는 안락한 분위기로 집을 지키며 극복했다나. 덴마크인들은 양초에 한이라도 맺혔는지 칠월에도 식탁에 불을 켜더라는 구절에서 웃음이 났는데 그때 혼자 초를 켜고 있었기 때문이다.

밀린 신문을 정독하고 거봉을 씻어 먹고 
아이스라떼를 내려 마시고
앙증맞은 토끼 젤리도 먹고
밀렸던 야채를 꺼내 대충 담아 먹었다.
교보문고 합정에서 담아온 오일파스텔을 뜯어 그림을 그리다 
코펜하겐 여행 사진을 꺼내봤다. 





























코펜하겐 사진 (2011)

길에서 만난 친절한 친구의 집에 급 초대되어 저녁을 먹었던 사진을 발견했는데 정말 초가 켜있었고 벽난로가 있었다.



친절한 친구가 세들어 살고 있었던 덴마크인의 집. 다시 보니 많은게 보인다. 


코펜하겐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



지붕마저 그림책같은 도시


나에게 코펜하겐이란  =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루이지애나 미술관 하면 떠오르는 장면 


 코펜하겐에서 나올 때




-
마이클 부스의 먹는 인류 <휘게,휘게! 멀리 도망간 바이러스> 보러가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56890.html

정동공원을 처음으로 지났다는 놀라운 사실- 사운드오브뮤직같은 공원이다


일요일 11시,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에서 이어지는 정동길을 늦은 저녁시간에 걸어본 적이 있는지.
계절에 상관없이 풍경이 아름답고 인적마저 드물어 참 분위기있는 길이다. <미드나잇인파리>의 한 장면처럼 갑자기 어디선가 오래된 마차가 나타나 날 데려갈 듯한 영화같은 공기때문인지 그 길에 얽힌 사연이 참 많다. 그렇게 항상 밤에 덕수궁을 시작으로 찾았던 정동길을, 처음으로 일요일 오전에 광화문에서 걸어가보았다.

정동길에 자리잡은 르풀, 라그린 카페는 자주는 못찾지만 매우 애정하는 장소다. 2007년 막 스무살이 되었을 때, 대학 선배가 데려가준 가로수길의 블룸앤구떼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꽃이나 새로웠던 와플, 멋진 사람들을 구경하며 열심히 카메라로 이곳 저곳을 찍었던 기억. 그때야 가로수길에 들어서면 뭔가 인적이 드물고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블룸앤구떼만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르풀과 라그린은 블룸앤구떼의 조정희 대표님과 이진숙 대표님이 오픈한 카페이다.

라그린은 일요일에 문을 닫고 르풀은 11시에 문을 연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매우 간단해보이지만 정말 맛있는 아보카도 샌드위치와 뽀송한 카푸치노를 마셨다. 카페 안 곳곳엔 여전히 예쁜 꽃들이 들꽃처럼 자연스럽게 놓여있었고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다. 


당장이라도 구름을 타고 날아갈듯한 이순신동상 

포시즌스호텔 일층에서 꽃과 빵을 구경하는 코스 


주말에는 노동을 쉰다는 Jonathan Borofsky의 Hammering man 

비가 자주오는 여름이라 그런지 구름이 예쁘다

그림책 <여름밤에> 표지같은 장면

날이 더운데도 예쁘게 피었구나



한여름에도 카푸치노


여행을 온듯한 느낌을 주는 자리


맛있는 빵과 맛있는 재료가 다했다 


간단해보이지만 너무 맛있었던 아보카도 샌드위치  



마지막으로 이 날의 발견 - 정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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