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에 다녀간 손님



Hot cross buns
 오렌지, 건조 백포도, 시나몬, 넛맥, 카다멈

부활절 휴가를 맞이해 멀리 호주에서 언니와 형부가 다녀갔다. 카다멈처럼 향긋한 여행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굽기로 한 핫 크로스 번. 시나몬롤을 굽기 위해 사놓은 실론 시나몬과 카다멈을 꺼냈다. 호주에서 먹어본 적 없는 핫크로스번을 구워보자니 지도 없이 들어서는 새 길처럼 신이 났다. 언제나 그렇듯 두 번째 시도를 부르는 맛으로 완성된 첫 번째 시도. 늦은 밤 반죽기를 돌리고 이불을 덮어두었다가, 아직 따뜻한 반죽을 동글동글 굴리고. 예쁘게 줄지어놓은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자는 기분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다음 날 아침이면 잔뜩 부풀어 오를 무언가가 날 기다리고 있는 기분.

오랜 세월 함께 했던 가족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멀리 지내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잃어버리지 않고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멈춰서고 싶어질 때가 있다. 때마침 어린이 날과 부처님 오신 날 연휴에 찾아온 언니는 한국에 쉬는 날이 참 많다고 말했지만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언니가 사는 나라의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가 한국의 설날, 추석과는 다르다는 것을. 함께 붙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른다는 것. 서로의 시계는 다르게 돌아가고 잠시 포개어지는 건 꿈만 같은 일이다. 

공항에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엄마와 나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귀가 뜨거워지도록 통화했다. 울적함으로 찾아오는 감정은 다음 날까지도 나를 괴롭히더니 출근과 동시에 어딘가로 자리를 옮겼다. 사라진 것도 가라앉은 것도 아닌 생존을 위해 잠시 자리를 피해준 듯하다. 나는 잘 지내기위해 점점 잘 밀어내는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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