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아침에

 

더위에 잠을 설쳐서인지 쉬는 날 비교적 일찍 일어났다. 어제는 열 한시에 약속이 있었음에도 아침부터 스팀 청소기로 집 안을 바짝 말렸다. 오늘은 밀린 빨래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쭉 생각만 하던 스콘을 구웠다. 구례에서 온 우리밀로. 어쩌다 보니 실험 조리 하듯 두 가지로 만들어보게 되었는데 한 쪽은 온도 조절에 성공하고 다른 쪽은 재료 비율에 성공했다. 단 한 번에 잘 되는 경우는 역시 없구나, 웃음이 났다.

밥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일정한 두께로 채를 썬 당근, 애호박, 양파와 초당옥수수, 고수를 함께 튀겨내 갓 지은 밥에 올려 먹어야겠다 결심했다. 주어진 시간은 딱 한 시간. 청주와 물, 가쓰오부시, 간장을 넣고 부르르 끓여 냈다. 설탕은 넣지 않았다. 스콘에 바르고 남은 계란 물에 물과 튀김가루, 얼음을 넣어 튀김옷을 만들었다. 혼자 먹는 사람은 기름을 많이 쓰긴 어렵다. 작은 편수 냄비에 콩기름을 아주 적게 넣고 온도가 오르길 기다린다. 그 사이 끓는 물에 넣은 계란은 6분 30초를 견디고 찬물로 샤워 중이었다.

비가 내린 후 더위가 한 풀 꺾였다지만 여전히 더운 날. 그렇지만 튀김을 건져낼 때는 더운지도 모르고 예쁘다 기뻐한다. 얇게 채 썬 당근이 자유로운 곡선을 그리며 춤을 추고 고수의 줄기도 맛있게 튀겨졌다. 이제 계란만 살짝 튀겨주면..

연한 된장국까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이대로도 충분한 한 끼였다.
다음 휴일은 한참 빠져있는 롤케잌을 다시 만들 차례. 냉장고에 하루 넣어두는 밀크티도 만들어 봐야겠다. 

조금씩 긴 아침을 맞이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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