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직접 마주해보라고 열린 행사가 아닌가 싶다. 북촌의 여러 한옥에 신발 벗고 들어가 둘러볼 수 있도록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기획한 '행복작당'. 그중 노스텔지어 블루재에 들어선 순간, 오후 4시 30분 경의 눈부신 햇빛을 마주했다.
종교도 없으면서 그야말로 은총 받은 느낌이 들었다. 길을 지나다 근처에 있음을 바로 알 수 있는 어느 진한 비누 가게의 제품 이름이 떠올랐다. full of grace. 백 년은 된듯한 나무로 된 난간은 빛을 머금고 그림자를 띄우며 구석구석을 더 아름답게 보여준다. 비와 바람이 수차례 지나갔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무의 결이 살아있다. 누가 깎아서 저렇게 딱 맞도록 만들어놨을까. 바닥으로 이어지는 이음새까지 신기하고 놀라워 보고 또 바라보게 된다.
그 외에는 모두 공들여 새로 들였을 것들이다. 뱅앤울룹슨 스피커는 정원의 돌처럼 눈에 편안해지고자 둥글게 둥글게, 부드러운 원단을 감쌌다. 두 침대 앞엔 같은 스피커 둘이 나란히 놓여져있어 양쪽의 소리를 담당한다. 가운데 서서 노래를 듣자 '역시 스피커는 두 개를 놓아야 하는군' 하고 절로 끄덕여진다.
반대쪽의 침실에는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몸을 녹일 수 있는 욕조와 침대가 놓여있었다. 수건이 올라간 스툴과 굴러갈 것 같은 스피커가 욕조의 양옆을 지키고 서있다. 밖으로 보이는 작은 정원은 안쪽의 샤워실까지 이어져있어 벽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를 그려낸다.
중간의 부엌에 놓인 분재가 마당의 멋진 단풍나무와 마주하고 있다. 행사를 위한 스피커 몇 개와 멋진 의자, 벽에 걸린 그림, 꽃병에 꽂힌 꽃 몇 송이가 전부인데 공간이 가득 찬 느낌이다. 이 이상의 소품들이 놓일 것이 상상이 되질 않는다. 심우장이나 최순우옛집에서 느꼈던 것처럼 한옥은 어딘가 비어있는 듯 소박함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행복작당이 끝나면 숙소로 열린다는 블루재. 북촌에서 몇 안되는 넓은 한옥이라는 설명을 읽고 그 옛날 이곳의 주인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떠올려본다. 그 좋은 땅에 청색 기와를 올리고 현판과 주련을 손수 달았을 주인의 자부심을. 나무 바닥을 애정으로 쓸고 닦으며 정원을 가꾸고 밥을 지어 먹었을 부지런함을. 그리고 수많은 빌딩들이 내다보이는 마당에 그려졌을 남산뿐인 풍경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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