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말랑하고 촉촉한데 보드랍기까지 한 열매를 넣었다.
아껴두었던 와인과 함께 먹어야지 하고 마음먹었던 것이 7월 1일이다.
살구의 보드라운 껍질과 자두의 새콤한 맛을 물려받은 플럼코트는 두 개씩,
칼을 대기만 해도 스르륵 껍질이 벗겨지는 복숭아는 한 개씩 꺼내 먹었다.
두 열매가 투명해지는 동안 와인은 쭉 아껴질 뿐
벌컥벌컥 맥주만 들이키는 짧은 저녁들이 지나갔다.
14일이 흘렀다.
올해의 딱 반이 남았다는 날로부터 하루가루가 세어지고
'절실한 기도'라는 어느 노래 구절이 주변을 맴돈다.
뜨거운 계절만큼 온몸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머릿속만은 차가워질 일이 늘어난다.
보드라운 껍질에 송글송글 맺힌 수분이
포근하게 빛을 감쌀 때
아낌없이 보낼 여름이 그려진다.
혀에 닿는 감촉으로 시작해
미간으로 퍼질 시간들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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