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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무언가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편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강해져서 그것에 대항하려 애쓴다.
-
이때부터 나는, 내가 아마도 다시는 돈에 대해,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콜린은 총명했고 야심찼으며, 나는 그가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게는, 무슨 일이든지 내가 선택한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시간이 생길 것이었다.
일을 해도 됐고 하지 않아도 됐다. 분자물리학 관련 서적을 읽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론들을 만들면서 나의 나날들을 보낼 수도 있었다.
나는, 그때에도, 콜린이 내게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러다보니, 나도 나 자신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되었다.






빛이 따스한 일요일 오전,
시트를 세탁기에서 꺼내 빨래대에 널어놓고 
침실에 있는 이불을 작업방으로 가져와 반쯤 누워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단편 소설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사놓고 꽤 오래 읽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느날 이렇게 단숨에 읽게 되기 때문이다. 

짧은 소설 속 문장들에 빠져 
몇 번이나 조금 떨리고 멈춰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똑똑하지만 결국 젊은이답게 미래가 두려웠던 주인공이
어찌나 담담하고 솔직하던지,
싸늘해진 가을 아침에 딱 어울리는 서늘한 이야기였다.

'나는 알았다.'
'알고 있었다.' 
주인공이 몇번이나 말하는 '알고 있는' 것들은
그렇게 되리라 믿고 싶었던 것이고
그렇기에 결국 그렇게 될 것들이었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는 단 한번도 쓰지 않았던 그 표현이
젊은 시절 속 대학 기숙사와 로버트의 좁은 아파트에 
힘없이 남아있었다. 

 




퇴근길 광화문에 내리게 되는 날이 있다. 배고픔은 잊고 교보문고로 들어선다. 소설, 시에서 머무르다 심리,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를 가뿐하게 지난다. 외국도서- 인테리어, 예술 책을 한바퀴 돌고 드디어 들어선다. 요리책 서가 앞이다. 
그곳엔 새로 들어온 책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만큼 몇 권 되지 않는 책들이 있다. 아마존이나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던 책의 실물을 보면 보물을 발견한듯 설렌다. 칠월 생일 쿠폰으로 구입했던 <Home farm cooking>에 이어 또 보물을 발견했다. Letita clark의 <La vita e dolce>라는 영국인이 쓴 이탈리안 디저트 책이다. 이탈리아 디저트를 다뤘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너무나 편안하게 찍은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다. 무슨 일인지 할인까지 하고 있다. 겉표지에 흠집이 조금 있지만 사기로 결심한다. 
빼놓을 수 없는 그림책과 국내 요리책까지 모두 둘러본 후 계산을 하고 나온다. 일 년에 두번정도 향하게 되는 베이커리로 간다. 일곱시 반이 지나면 해피아워로 모든 케이크가 할인을 한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니 몽블랑으로 고른다.
집에 도착하자 위스키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고맙게도 친구가 준 위스키와 친한 언니가 직접 구워다준 레인코스트 크리스프 라는 크래커가 있었다. 상실감을 잊게 하는데 디저트만큼 또 좋은게 있을까, 하며 저녁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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