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맞이, 추석

 






























무더운 창가에서 영 적응을 못하던 오렌지 자스민이
단단한 꽃망울을 맺고 톡, 꽃을 터뜨렸다.
식탁에 앉아있을 때 유난히 선선해진 밤공기에 진한 향이 실려왔는데
이런게 보람인가 싶었다.
가까이서 킁킁 맡으면 '고맙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마도 이번 추석엔 너무 앞당겨 온 마음과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구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몇 번의 두통이 있었지만
일산 집에 도착한 밤에는 앉아있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엄마밥이라는 약으로 이박 삼일간 회복하고 
다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씻은 듯 나았다.
처음 내 손으로 해 먹은건 오징어튀김과 사과떡볶이, 그리고 맥주였다.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엄마의 꽃게탕이나 된장찌개를 딱 한번씩만 먹고 와서 아쉬웠지만
이 작은 집에서만 갖게 되는 안도감덕분에 슬프지않았다.

보라색 꽃
나폴레옹 카스테라, 우유
나폴레옹 초콜릿케이크, 커피
화해의 징표같은 달콤한 것들로 오후의 시간을 채우고 밀린 정리를 해냈다.
입지 않는 옷을 시원하게 버리고 새 신발을 하나 사왔다.

언제든지 새롭게 시작하는 것.
이번 가을은 마치 봄처럼 새로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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