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창가에서 영 적응을 못하던 오렌지 자스민이
단단한 꽃망울을 맺고 톡, 꽃을 터뜨렸다.
식탁에 앉아있을 때 유난히 선선해진 밤공기에 진한 향이 실려왔는데
이런게 보람인가 싶었다.
가까이서 킁킁 맡으면 '고맙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마도 이번 추석엔 너무 앞당겨 온 마음과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구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몇 번의 두통이 있었지만
일산 집에 도착한 밤에는 앉아있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엄마밥이라는 약으로 이박 삼일간 회복하고
다시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씻은 듯 나았다.
처음 내 손으로 해 먹은건 오징어튀김과 사과떡볶이, 그리고 맥주였다.
절대 흉내낼 수 없는 엄마의 꽃게탕이나 된장찌개를 딱 한번씩만 먹고 와서 아쉬웠지만
이 작은 집에서만 갖게 되는 안도감덕분에 슬프지않았다.
보라색 꽃
나폴레옹 카스테라, 우유
나폴레옹 초콜릿케이크, 커피
화해의 징표같은 달콤한 것들로 오후의 시간을 채우고 밀린 정리를 해냈다.
입지 않는 옷을 시원하게 버리고 새 신발을 하나 사왔다.
언제든지 새롭게 시작하는 것.
이번 가을은 마치 봄처럼 새로 마음을 먹는다.
주말이면 시원하게 달리고 싶어하는 사람의 옆자리에 앉는다.
집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나는 더 멀리 가고픈 마음이 든다.
하지만 목적지는 그렇게 항상 멀어질 순 없다.
나는 길을 함께 봐주거나 음악을 고르거나, 재잘거린다.
졸음운전이 일어날 것 같을 때 박수를 쳐주는 것 말고는
크게 중요한 임무는 없다.
가끔 창 밖의 풍경을 찍으려할 때
-조금 천천히 달려주기도, 창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이상하게 끼어드는 차를 보고 겁을 먹을 때
-괜찮다며 안심시킨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날 안정시킨다.
-내가 놀라면 운전자는 더 놀란다는 말과 함께.
그 사람은 새로운 길을 탐험하는걸 좋아한다.
행로가 자주 바뀌고 정해진 시간같은건 없다.
그렇게 우연히 어느 마을도 만나고 강가도 만나고 숲도 만난다.
재밌기도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결국엔 놀랄 때가 많다.
어쨋거나 주말이니까 다 괜찮다.
멋지게 해가 저물어갈 때
본인의 집을 지나며 웃고 노래를 부른다.
그럴때면 아주 가끔 차에서 내리고 싶을 때의 기억조차
미안해지는 감정이 든다.
한강 풍경에 좋은 음악이 좁은 공간을 채우면
울컥해지기까지 하는,
\
마음까지 온전히 맡기고 달리는 옆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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