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주말.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친 연어가 너무 맛있게 생겨서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빈 손으로 집으로 돌아왔던 어느 토요일 다음날. 언니가 사진을 하나 보냈다. 형부가 해준 새로운 요리인데 너무 맛있다며! 그것은 바로 올리브 (크림) 소스를 얹은 연어 요리였다.
레시피를 받아놓은 후 일주일 뒤에 다시 마트를 찾아 연어를 사왔다. 중요해보이는 크림은 없어서 빼고 만들었는데 간단하면서도 너무나 맛있었다. 와인을 부르는 올리브 소스에는 레몬, 케이퍼, 파슬리,올리브, 엔초비 그리고 마늘이 들어가는데 마늘이 매우 중요했다. 아스파라거스 대신 컬리플라워를 곁들였다. 추가로 방울토마토도 약간 굽고 사워도우와 함께 먹었다.
연어를 먹다보니 형부의 버섯리조또가 떠올랐다. 당시 언니의 남자친구 였던 형부를 시드니여행 중 처음 만나 먹었던 음식은 벨기에식 홍합찜요리. 그리고 형부의 집에 초대를 받아 형부가 직접 요리한 버섯리조또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제이미 올리버의 레시피라며 그 책을 기꺼이 선물로 주셨던 잊지못할 저녁을 떠올리며 사진을 다시 꺼내보니 무려 6년 전의 이야기였다.
너무 조용해서 나무 흔들리는 소리와 집 안 음악소리만 들리는 집에 앉아 혼자 맛있게 연어를 먹었다.
비냄새가 나더니 곧 비가 내렸다.
소스: 올리브오일을 소스팬에 넣고(25ml) 따뜻해지면 올리브를 넣고 1-2분. 마늘과 엔초비, 케이퍼를 넣고 1-2분. 불을 끄고 파슬리와 레몬즙(1/4개정도) /1인분
레시피 출처:
피스푸드(@peasitalika)에서 구입한 소중한 양식들
집에서 키우는 로즈마리도 같이 꾸웠다
아직 시원한 바람이 부는 5월 마지막 날
여행가고싶 다
잘 먹었습니다 요리한 나여
그리고 형부의 초대 기록 (2014)
또 해주세요 ^^*
놀랍게도 혼자 산 이후로 술을 멀리했다.부모님이랑 같이 살 적에는 늦은밤 혼자 맥주를 마시고 빈 캔을 밖에 내놓으면 다음날 아빠는 웃으며 더 마시지 왜 한캔만 마셨냐고 놀렸고 엄마는 혼냈다. 혼내는 것이 뭐 그렇게 듣기 힘든 정도도 아니어서 꿋꿋하게 눈치보지않고 마셨던게 사실인데 왜인지, 혼자 살게 되니 오히려 술값을 아끼게 되더라는..
오랜만에 와인을 사왔다. 이제 더워지고 하니 화이트 와인이 마시고 싶었다. 어쩌다 가게된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와인코너에서, 궁금한 와인웍스는 가보지못하고, 가고싶은 호주에서 온 와인을 가져왔다.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였던 지난 주말. 빨래를 열심히 돌리고 어디선가 만들어지고 있는 먼지들을 모두 닦아낸 후 주섬주섬 안주를 담았다. 와인은 기대보다 정말 맛이 있었다. 맛있는데 이걸 같이 이야기하지 못하고 혼자 마시고 앉아있으니 안그래도 서러운 마당에 와인병에는 친구랑 같이 마시면 더 맛있다고 써있네?
하나둘 찍어본다. 나혼자 잘산다고 혼자 사니 너무 좋다고 떠들었지만 어쩐 일인지 집안 곳곳에 심어놓은 눈코입 달린 나의 친구들을..
맑은 주말은 오랜만이었다
도마는 살균 중
꽃게랑 광천김맛,올리브, 파르마에서온 치즈
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청량함
밀린 신문을 읽고 밀린 일기를 쓰는 주말
풍경
물을 주면 엄청난 에센셜을 뿜어내는 로즈마리
그쵸 친구랑 마셔야 맛있죠 암요
눈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뛰는 친구1
뭐지 이 뻔하지만 볼때마다 귀여운 친구2
든든한 우리집 문지기 친구3 외에도 더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창고가 되면 안되는데 창고로 쓰이고 있는 나의 작업방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손님이 다녀간 다음날 아침. 전날 밤 설거지 후 말려놓은 그릇들이 청초하다
호주에서 가져온 그릇들이 하나하나 모두 소중하다
나의 공간이 작은방이 전부였을 때에도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은 항상 즐거웠다.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손님이 오게 되면 자동적으로 청소를 열심히 하게 되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유이지만 무엇보다 손님을 위한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다. 목표는 오직 손님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것. 매우 낯설게 느껴질 사적인 공간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 또한 누군가의 공간에 초대받는 기회를 좋아하는 편이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은 너무도 다양하고 그 안을 들여다보는 일은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그보다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여행 중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부터 친한 사람까지 다양한 집에 초대받으며 그동안 얼마나 나만의 공간을 바래왔는지 모른다.
드디어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이제 곧 세 달. 상상했던 것보다 나는 손님 초대에 소극적인 태도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적당한 식탁과 사람 수에 맞는 의자, 수저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수저는 단 두세트뿐이지만 우연한 기회로 한명 이상의 사람을 (두명) 초대하게 되었다. 드디어!
수저 세트는 물론이고 아직 요리 실력도 그만큼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은 많이 가지만 맛은 보장하는 월남쌈으로 메뉴를 정했다. 차 없이 장을 보고 언덕을 오르는 일부터 집을 청소하고 파프리카를 썰며 상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힘들지 않고 매우 즐거웠다. 역시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란 나의 적성에 딱 맞는군 하며 시간을 보냈다. 손님은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말했지만 그만큼 나도 너무 감사했다.
설거지하는 일조차 즐겁게 끝내고 잠든 후,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흐린날의 아침.
청초한 그릇들은 뽀송하게 말라있었다. 그릇들을 정리하고는 남은 재료들로 대충 월남쌈을 싸먹고, 밀린 신문과 씨네21을 보며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다.
손님이 선물로 들고온 우람한 화분(우측) 우람 이라고 이름을 지어야겠다
언제나 맛있는 월남쌈

이번 호는 매우 재미있군 씨네21
파리브레스트를 먹으며 파리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어바웃진스 사장님께 근처 고수파는 곳을 물었더니 맛있는 빵집을 알려주셨다
행복합니다
쿠키도 맛있습니다
그리고 겨우 기록되어있는 그날의 상
손님 도착 30분 전
역시 완성 사진은 못남겼다. 여기에 쌀국수 면, 맛살, 고수, 피쉬소스, 멘보샤 등이 추가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