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에 짧게 다녀와서

강화
그리고 석모도


작은 생명을 소중히 하는 사람의 손길이란 @토담마을 

 주말 아침.
내가 좋아할 만한 곳으로 데려가겠다는 고마운 사람을 따라나섰던 어느 여름의 주말 아침을 기록한다. 

좋은 장소나 식당으로 날 인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귀한 일이다. 마치 내 눈을 두 손으로 가려 놓고 한 발, 한 발 디딜 수 있도록 일러주더니 갑자기 짠.하고 앞을 보여주는 모습이 상상되는 경험. 대부분 여행 중 느꼈던 감정과 비슷해서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고마움은 배가 되고 그럼 난 또 다른 좋은 사람을 떠올린다.  아 다음엔 그 친구랑 와야겠다, 하는. 그래서 누군가가 "너가 좋아할 것 같은데 같이 가볼래?" 라고 물어보면, 묻고 따지지도 않고 한번 가보자!라고 대답하게 된다.

강화도 라고 했다. 어릴 적 가족들과 잠깐 갔던 기억은 꿈속처럼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바다답지 않은 풍경에 해산물을 먹었던 기억이 그리 좋지만은 않지만 무조건 따라나섰다.

첫 번째 목적지라는 <조양방직> 카페는 어딘지 성수동 대림창고가 떠오르는 형태였다. 내부에 배치된 빈티지 소품들은 조금 어지럽게 놓여있긴 했지만,  모든 게 세대를 넘어서는 대화를 이끄는 듯했다. 할아버지와 아들이, 손자가 함께 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의 추억을 공유하기에 좋게 되어있었다. 실제로 3대가 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지는 현장 자체의 분위기가 좋았는데 시드니 코카투 아일랜드의 척박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비엔날레나 전시가 어울릴 듯한 공간이었다. 커피는 그저 그랬지만 아주 작은 치즈 케이크가 맛있었다. 또 화장실의 독특한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두 번째 목적지는 석모도 보문사였다.
석모도로 들어가면서 석모 대교를 건널 때 풍경이 특히 아름다웠다. 석모도에 주말마다 머물 수 있는 별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만큼 인상적이어서 아름다운 길을 달리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소개할 <토담마을>이 스치듯 지나갔고, 그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보문사에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주 더운 날이었기 때문에 입구에서 절까지 겨우 올라갔고, 중요해 보이는 마애불까지는 올라갈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아주 거대한 나무 아래 앉아 어쩌다 스치는 바람에 땀을 식혔다. 내 옆에는 주인과 함께 온 강아지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여자 아기가 있었는데 모두 절과 어울리게 어찌나 차분하던지. 평화로운 낮이었다.

마지막으로 우연히 스치듯 지나갔지만 느낌이 좋았던 토담마을로 향했다. 정갈한 반찬에 솥밥까지 나오는 밴댕이회무침 정식이 아주 만족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작고 큰 화분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가꾼 테라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주인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만나서 식물을 가꾸는 이야기를 듣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 작은 공간만 주어진다면 무조건 밭을 가꾸고 꽃을 키우던 아빠 생각이 많이 났다. 아빠도 정착할 땅이 주어진다면 누군가 감동할 풍경을 그려내고도 남았을 텐데, 하는. 또 어릴적 보았을 때 거의 식물원 수준으로 난초를 키우던 작은아빠의 베란다와, 결국 운영하게된 거대한 화원도 떠오르면서 그 분들의 취미를 온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진은 가장 큰 감동이었던 토담마을부터 올린다.



토담마을
































조양방직


















































마지막으로 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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