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O
atelier O

소나기
내리던 날
보물창고에서

널 데려오고 싶었단다


시드니의 한 카페에서 일할 때 금요일마다 주급을 받으면 항상 골동품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작은 브로치, 줄자, 꽃병 그런걸 찾아내곤 했는데 작고 아름다운걸 수집하는 취미는 그때 시작되었다.  아마 그때 푸드 스타일링에 관심이 있었다면 난 유럽여행 경비를 한 푼도 모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다행으로 여겨야할 만큼 한번 골동품점에 들어가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낡고 오래된 물건을 좋아한다.

작년 겨울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을 때에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이번 여행의 목적은 거의 앤티크 그릇을 찾는 여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언니가 꼭 보여주고 싶다는 The Grounds of Alexandria 공간을 찾기 위해 Green square 역에서 내려 걷다가 발견한 이 창고형 앤티크 가게, Mitchell Road Antique & Design 은 잊을 수 없는 장소다.

안에는 마치 전시장처럼 여러 부스들이 줄지어있는데 각 부스마다 판매자가 다른듯 다양한 컨셉을 갖고 있었다. 성격이 다른 수집가들의 방들 중 특히 내 취향에 맞는 물건이 가득한 방을 만나면 그 주인과 하이파이브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전화로 인터뷰를 보느라 바쁜 언니를 어느 쇼파에 앉혀놓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소리에 안락함을 느끼며 창고 안을 휘젓고 다녔다.

그렇게 보물을 발굴한다는 심정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내 것을 골라낸 결과, 100불 안쪽으로 쇼핑을 마쳤다. 몇몇은 주인이 팔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는 가격도 있었지만 대부분 괜찮은 가격의 골동품점이었다. 지친 언니를 끌고 나오는 길 다음 방문엔 돈을 더 두둑이 챙겨 트럭을 끌고 오자는 다짐을 (속으로) 했다.

정신을 잃고 보느라 사진을 많이 못찍었지만
내가 놓고온 사랑스러운 물건들을 기록한다.
@mitchellroadantiques


가격이 생각나지 않지만 데려올 수 없었던 강아지1

여기있는거 다 주세요

손뼉치고 싶었던 이집 주인 

이집 좋아요1

좋아요2

저 뒤에 멍멍이 밥그릇 같은것이 예뻤다

저거랑 여거

보고 뒤집어보느라 시간이 걸립니다

으앗 머스터드 

플란다스의 개 소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높은 곳에 있는 너

세트는 별로 안좋아하지만 너희들은 앙증맞구나

놓고온 도구

커피앤 소금

코카콜라 햄버거집

테이블

흐린데 귀여운 강아지2

귀엽고 멋있고

꽃을 한아름 담아놓고 싶은 너

우아한 너

물고기 연꽃 러브

액자를 볼 시간이 부족했다

오래된 악보와 책들을 끝으로 마무리






































                                                                                      
내가 살고 싶은
동네는? 





그런 생각을 자주한다. 내가 어딘가를 선택해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게 된다면 어디가 좋을까? 나에게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하는 즐거운 상상. 여행을 가면 꼭 자연스럽게 그런 면면을 살펴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의 관심사가 변해감을 분명히 알게된다. 

처음 시드니를 찾았을 때 가장 매력적인 동네는 뉴타운이었다. 어딘가 모르게 홍대 뒷골목을 닮은 그 동네는 히피, 빈티지 그런 단어들이 잘 어울렸다. 목적도 없이 작고 어두운 영화관과 음반가게에 들어가보고 잡지가 가득한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면 금방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가야하는 시간대가 되었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온동네 벽에 그려진 그래피티와 어우러져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득 채웠다. 

시간이 흘러 최근의 나는 조용한 동네를 선호한다. 쉼표같은 한적한 공원이 동네 곳곳에 많을수록 좋다. 빌딩으로 가득한 동네에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원이 있다면 꼭 그곳으로 찾아들어간다. 

그런 분위기와 더불어 특히 관심사가 음식쪽으로 바뀐 후에는 서리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맛있는 카페, 베이커리, 바, 레스토랑이 가득하고 푸드 스타일리스트 Donna hay magazine 의 사무실이 이 동네에 있다는 점까지.

길가를 따라 우거진 나무와 빅토리안풍이라는 테라스가 예쁜 집들, 귀여운 공원이 곳곳에 숨어있어 산책하기도 좋다. 호주판 아름다운 가게인 vinnies 서리힐점을 시작으로 Paramount coffee project와 bourke street bakery 까지 돌다보니 지금 이 동네에 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걷고 또 걷기 좋은 동네


우거진 가로수길 


 HAY, APC, bills, 오가닉 식료품점, 와인바, 카페, 베이커리..


서리힐에 간다면 PCP를 찾아가세요.


Paramount coffee project는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호텔, 영화관이 있는 건물의
1층에 위치한 카페다. 음식 메뉴가 궁금해서 찾았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종이 한장의 메뉴

커피 한잔



촉촉하고 부드러운 족발과 케일, 계란.
영양가득 든든한 한끼 식사로 충분한 메뉴.




부드러운 치킨과 달콤한 와플의 조화.
메이플 베이컨 그레이비 소스 라고 하는 것과 
이탈리안 치커리 라디치오, 사과 피클, 구운 헤이즐넛.


치킨 와플 아래 써있는 crispy chats 라는게 궁금해서 물어보니 감자튀김 이라고 하길래 함께 시켰다. chat potato는 알감자라고 하고 그 위에 chipotle aioli라고 하는 매콤한 소스가 올라갔다. 약간 파프리카+크림치즈+케이준 파우더 의 조합이 떠올랐는데 집에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맛이었다. 


https://bourkestreetbakery.com.au

다음은 꼭 다시 찾고싶었던 Bourke street bakery.
시드니 곳곳에 분점이 많다고 하는데 서리힐 하면 떠오르는 빵집이라 이곳으로 찾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케이터링 서비스도 아주 잘 되어있었다. 동네에 꼭 있었으하면 하는 그런 빵집.


아이들과 엄마들의 사랑방같던 빵집 분위기

진저 브륄레 타르트와 레몬 커드 타르트

앤 캐모마일 티

비오는 날씨 때문이었는지 유난히 계란 비린내음이 느껴졌지만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간식으로 이것저것을 먹으며 조잘조잘
트렘 공사중인 현장
나를 데리고 다니느라 지친 호주이모의 모습.


블루마운틴 주변 동네인 Leura는 꽃동네 

구월 마지막 주에 열흘동안 머물렀던 시드니는 가을의 쌀쌀함과 봄의 따스함, 여름의 햇빛과 겨울의 찬바람이 모두 존재했다. 구월에 시드니로 여행을 가야하는데 어떤 옷을 입고 가야할까요? 라고 묻는 다면 -반팔을 입고 그 위에 니트를 걸치세요. 물론 재킷을 챙겨야하고 추위를 잘 탄다면 패딩조끼가 필요할수도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해가 뜨면 덥고 비가 오면 춥습니다 @Botanic garden

4년만에 찾은 시드니는 이번이 네번째 방문.
숫자 4가 반복되는 우연이 영 마음에 안들어 다르게 표현해보려해도 숫자만큼 간단하게 설명되는걸 못찾겠다. 그러니까 일년간 머물렀던 첫 방문을 빼면 여행으로는 세번째.  이렇게 한 도시를 여러번 찾는게 내가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이 그곳에 지내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시집가라는 엄마의 말에 나는 명절마다 시드니 언니네로 떠나면서 자유롭게 살거라고 농담식으로 이야기했던걸 현실로 이루게 된 <시드니에서 명절을> 1편..  

추억 속 그곳을 찾아간 bourke street bakery

여행의 목표
마트, 와인, 그릇, 카페, 아침식사 
이번 여행에서 하고 싶은건 이게 다였다.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추억 속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엔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것. 그리고 빈티지 마켓에서 그릇을 발굴해오는 것!

결국 이룬것
카페 아침식사와 빈티지 그릇 쇼핑 
내사랑 마트에서 장보기+ 요리하기를 하지못했다. 호주여행의 필수인 소고기, 양고기도 못먹었다는건 집에 돌아와서 문득 떠오른 일.. 그만큼 놓친게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게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할 지 더 분명히 알게 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뜻깊은 여행이었다. 

 호주를 여행한다면 소고기는 꼭 먹고오자! @The grou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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