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어머니가 직접 키우고 따서 덖으셨다는 맨드라미꽃차.
보통의 꽃잎과는 생김새가 다른 맨드라미꽃을 이렇게 들여다 본 것은 처음이다. 살짝만 힘을 주어 잡으면 우수수 흩어질 것 같은 이 꽃잎들을 얼마나 귀하게 다루셨을지. 작은 봉투에 꾹꾹 눌러 담아준 마음이 고마워서 꼭꼭 아껴두기만 했다.
십년 전, 첫 로마 여행에서 함께 돌아와 아직도 상자 속에 남겨진 - 향이 사라질 때까지 킁킁 맡아봤을 뿐 온몸으로 느끼진 못했던 그 비누처럼 되면 어쩌나 하고, 얼마 전부터 한 잔씩 부지런히 우려 마시고 있다.
손끝에 힘을 빼고 꽃 두세 덩이를 꺼내 뜨거운 물에 퐁당 떨어트린다. 고운 빛깔의 꽃은 그대로 맑은 물에 퍼진다. 어떤 잔에 담아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색을 낸다. 우려낼 때마다 감탄하며 한 모금 한 모금 여전히 아껴 마신다. 그렇지만 가장 뜨거울 때 아낌없이 마신다. 그러니까 아끼는 만큼 아낌없이 가장 맛있게 마시면 된다.
작은 한모금에도
가슴을 지나 배 아래까지
뜨겁게 물든다



뭉근하게 그리고 달콤하게
손 끝에 조금만 묻어도 더는 무거울 수 없는 바닐라빈의 향과
대체할 존재가 없지만 한없이 가벼운 레몬즙을 더해
불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휘저어
깨끗한 병에 넣어두었다.
말랐던 살구는 여름동안 촉촉할 것이다.
나는 왜 월요일마다
막걸리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걸까
장마라서 그런가
목이 타서 그런가
그저 이끌려서 향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그에 맞는 안주를 차리는 것이 인지상정
감자 끝을 손으로 움켜쥐고
안쓰던 힘을 겨우 모아 강판에 갈아준다
애호박과 청양고추도 함께 넣어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자전 준비 완료
기름을 뜨겁게 달구고 딱 두장만 부쳤을 뿐인데
땀이 목 뒤를 또르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여름날 저녁식사는
쌀로별과 마지막 막걸리 잔으로 마무리한다
잔나비와 함께하는 여름밤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