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번째 작업실




















스물다섯. 일년 이개월이 조금 넘는 여행에서 돌아오자 내 방이 사라져있었다. 부모님은 여동생 그리고 새 식구인 외할아버지와 함께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해 살고 있었는데, 방이 셋뿐이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그 집에는 부엌에서 옥상으로 연결된 계단 끝에 작은 옥탑방이 있었다. 때마침 나는 의류학과 졸업반 복학을 앞두고 작업실이 필요했다. 온 벽과 천장을 따뜻한 노란색으로 칠하고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을 붙여 창고 같던 그 공간을 작업실로 꾸몄고 결국 침대까지 들여 지내게 되었다.
 
졸업 작품 준비에 진심이었던 나는 서울과 일산을 오가며 작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져 결국 졸업을 일 년도 채 남기지 않고 미싱을 장만하게 되었다. 자세히 말하면 내가 아니라 엄마가 마련해 주었다. 어느 토요일 아침, 전날 늦은 작업으로 무리한 탓에 늦잠을 자고 있던 나를 엄마가 깨웠다. 아침부터 동대문까지 부지런히 움직여 아시는 분을 통해 컴퓨터 미싱을 사 온 것이었다.

가파른 계단으로 미싱이 어떻게 옮겨졌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무얼 하고자 하는 내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도구를 손에 쥐게 되었을 때의 그 느낌은 잊을 수 없다. 물론 졸업 작품보다 취업 준비에 더 진심이었어야 했고 도대체 왜 그렇게 밤을 많이 샜던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작업을 끝까지 해본 경험이 소중하다. 

2020년 2월. 작업실을 꿈꾸며 호기롭게 집을 나왔다.
사실 오랜 시간 작업실로 꾸며질 방은 창고로 쓰였다. 비우지 못한 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우고 정리하며 필요한 것들을 차례대로 하나씩 장만했다. 그리하여 나는 매일 같은 옷과 같은 신발을 걸쳐도 행복한 마음으로 세 계절을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2011년형 맥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2020년 12월. 집에 아무도 없으면 배송을 받을 수 없다고 하여, 상하이에서 한국으로 도착하고 무려 일주일을 더 기다려 받은 나의 복덩이. 그 일주일간의 시간과 오전 중에 받았지만 선뜻 뜯지 못하고 저녁까지 커다란 박스가 놓인 방을 기웃거린 하루 동안의 나의 마음가짐과 다짐을 소중히 기록하고 싶다. 













잘 부탁한다! 나의 복덩이여.





동네 꽃집에서 사온 장미 촬영은 지난 9월.

2 Comments

  1.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워요......................... 잘 샀다 잘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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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축하해 축하해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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