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주 헤이리
#2 일산 호수공원
#3 북한산 카페 플레이
#4 서울숲
회사원이 된 그 사람의 가장 큰 변화는 주말이면 자연을 찾아 떠나려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답게 적막이 흐르는 자연보다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을 좋아했던 그는 [스타필드에 가기 전 서삼릉에서 산책하자]는 나의 제안을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었다. 스타필드 고양과 하남을 순회하고 이케아, 아울렛에 가는 것도 재밌어하던 그는 회사원이 되고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차에서 자연스럽게 93.1을 틀고,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을 나보다도 귀기울여 들으며- 강아지와 자연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성북동에서 산책하며 문득 '힐링~' 이라고 말하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가끔 내 자신이 너무 정적인가 싶었던 고민도 이제는 타당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저 주말이면 자연과 가까이 하며 다가오는 한 주를 지낼 힘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1250도씨에서 그릇을 주문했는데 하나가 덜 왔다. 전화를 해보니 작가님은 털털한 웃음을 지으며 '다른 집에 하나가 더 갔고 그 집에 하나가 덜 갔다.'라고 설명했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헤이리 쇼룸에 이 기회에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 -제가 주말에 받으러 가겠다-고 대답했다.
초가을의 헤이리는 여전히 평화로웠다. 카메라타 앞에 주차하고 천천히 한바퀴를 돌아본다. 작가님의 쇼룸겸 작업실은 기대보다도 훨씬 멋져 최대한 오래 머물렀다. 쇼룸 앞에 주차되어있던 차부터 공간과 작품들, 작가님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 감탄했다. 최근 배우 김고은이 촬영을 했다고 하는 공간에 잠시 견학을 다녀온 기분마저 들었다. 작은 그릇을 하나 더 구입하고 나와 기분좋게 산책하던 새로운 길목. 그 타이밍에 회사에서 이메일을 받은 그는 고요한 파주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주말이면 자연을 찾아 떠나게되는 이유.
성북동에서 헤이리까지는 아주 멀었는데, 나폴레옹에서 산 햄버거를 휴게소에서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좋은 곳에 주차하기
자연스럽고 멋있는 그 자체 -1250도씨 쇼룸겸 작업실
쇼룸겸 작업실의 매력이란
도자기 빛 오디오 조명 커피, 오래된 의자
허락을 맡고도 찍기 조심스러운 공간
작가님과 같은 후지필름인으로서 나눈 짧은 대화가 소중했다
쇼룸의 문 바로 앞
오랜만에 본 헤이리 가을 풍경
파주의 하늘
가을 하늘과 새 무리
가을햇살
가을의 헤이리 햇빛
2020년 가을

기억에 남을만한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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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일산을 찾았다.
추석 때 찾았던 올댓커피 본점이 새롭게 달라진 것을 보고는 대단히 기분이 좋았었는데, 이번엔 동생이 먼저 올댓커피 보넷길점에 가자고 했다. 퐁당 오 쇼콜라 를 먹고싶단다. 어릴적 동생을 홍대 앞 스노브에 기어코 데려가 퐁당 오 쇼콜라를 먹였던 나로서 반가운 제안이었다.
가족과 집 밖 카페에서 만나면 대화가 달라진다.
익숙했던 공간을 벗어나 각자 따뜻한 커피를 한잔씩 두고 달달한 디저트를 나눠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다. 같이 살 때는 어쩌다 여행을 떠나야만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제는 가끔 만나기에 이런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어쨋건 집 밖에서 만나는 가족이 새롭고 좋다.
동생이 먹고 싶어하는 메뉴를 모두 시켜준다. 나는 이제 별 감흥이 없는 퐁당 오 쇼콜라를 아주 맛있게 먹는 동생을 보며 엄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귀찮다는 동생을 억지로 끌고 다함께 호수공원까지 산책을 했다. 다 걷고는 동생이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카푸치노
동생이 원하는건 뭐든 다 시켜준다
일산사람으로서 이런 카페가 잘된다는게 너무나 기뻤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하트
동생의 사진 세계
정발산 옆을 지나 호수공원 가는 길목
호수공원 산책
애정하는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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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갔던 카페가 아주 좋았다며 그가 나를 데려가주었던 북한산 등산로 근처의 한 카페.
양 옆으로 귀여운 색깔의 다리가 보이는 명당에 자리를 잡고, 싸들고 온 메종엠오 피스타치오 쿠키를 나눠먹으며 커피를 마셨다. 나는 이곳의 커피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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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촌의 아들이 서울숲 근처에서 결혼을 한다고 했다.
나는 코로나를 핑계로 결혼식엔 참석하지 않고 끝날 시간에 맞게 엄마를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커피나 한잔 하고 서울숲에서 단풍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말이다. 블루보틀 성수에 갈까, 하다가 비도 오고 해서 그냥 가까운 곳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사실 블루보틀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아꼬떼 디 파르크 옆 카페, 센터커피로 갔다.
비가 쏟아지는 풍경을 앞에 두고 쌀쌀하지만 다행히 아직 춥지는 않아서, 밖에 앉아 엄마와 두시간을 넘게 수다를 떨었다. 사촌의 아들은 카카오에 다니고 새신부는 변호사라고 한다. 엄마 엄청 부러웠겠네? 하면서 나 자신을 잠시 멀리 두고 엄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최근에 내가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엄마는 내가 갖고 싶어하는 컴퓨터에 대해 흘리듯 듣더니 다음날 전화가 왔다. -그게 얼마라고?-
방금 다녀온 결혼식장이 있는 갤러리아 포레가 뭔지. 그 건물에 어느 연예인이 사는지. 얼마인지. 아무 관심도 없는 엄마와의 서울숲 산책길은 너무나 산뜻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같은 지하철을 타다가 내가 먼저 내리면서 헤어질 때, 새로운 감정이 떠올랐다.
서울숲 근처 가장 명당이라고 생각하는 카페
운치있는 비오는 서울숲
이렇게 사람 없는 서울숲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파리의 여인처럼 서울숲을 걷는 엄마
그렇게 기억에 남는 몇 잔의 커피와 함께 시월이 지났다.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집으로 오는 길, 북악 팔각정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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