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렌치 수프>를 보고는 은포크를 꺼내 닦았다. 영화는 차가운 새벽 공기가 느껴지는 밭에서 재료를 수확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근사한 식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천천히 그리고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능숙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불 위에서 다양한 도구를 다루는 장면들. 육수를 내고 소스를 만들며 음식이 완성되는 과정은 아무 대사나 음악 없이도 리듬감이 느껴지도록 그려졌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음식이 그릇에 담기고
그 중요한 그릇을 들고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오르고
테이블에 무사히 안착한 뒤 각자의 그릇에 조금씩 덜어내고,
마지막으로 한 사람 앞에 그릇이 놓이면 눈으로 코로 입으로 음식을 즐기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잊을 수 없는 영화 <I AM LOVE>의 어느 장면처럼 그렇게 마음 깊이 박혔다.
여름 내내 무얼 해 먹었는지 묻는다면 유부초밥과 애호박 고추장찌개였다. 주중에는 간단한 유부초밥이라도 해 먹으면 다행이지만 쉬는 날이면 꼭 집밥이 먹고 싶어졌다. 뜨거운 흰쌀밥에 김, 오징어채볶음이나 계란찜, 애호박 고추장찌개 같은 평범하고도 결코 간단하지 않은 밥상. 더운 여름에 한 사람을 위한 밥상을 차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요리하고 먹는 과정이 빠르게 흘러가기 쉬운 혼자 하는 식사. 향긋한 복숭아와 오이, 양파를 작게 썰고 라임즙을 짜내며 느긋하게 움직여본다. 여름 한낮의 나태함에 맞선 복숭아 샐러드. 라임 에이드와 함께 반짝이는 은포크로 먹으며 코를 찡긋, 더위를 씻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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