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중
두번의 목요일 저녁에
비가 내렸다, 그쳤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택배가 텅 빈 집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겨우 한 주의 고개를 넘어 -무사히 마치고 있다-라는 안도감과 -이렇게 한 주도 지나는구나- 하는 탄식이 뒤섞이는 목요일이었다. 친구의 이름이 들어간 몇 권의 도록과 딱 한 번 방문했지만 언제나 그리운 구례에서 온 빵을 열어보고는 머릿속이 맑아졌다. 비가 시원하게 내렸다, 그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란색이 펼쳐졌을 때 오랜만에 수첩을 꺼내 다짐들을 메모했다.
일단 예뻐보이는 것을
자유롭게 찍는다
팔당호 근처 퇴촌에서 사온 토마토가 어찌나 싱그럽고 잘생겼는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감탄하며 부지런히 찍고 또 먹었다. 주말 농장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할 정도로 평일에도 밭을 부지런히 가꾸던 아빠덕분에 여름내내 먹었던 싱싱한 토마토의 그 풋풋한 내음이 났다. 나는 손으로 갈아 마시는 토마토 주스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부러 강판을 꺼냈다. 냉장고에 살짝 넣어두었던 토마토를 천천히 갈아내고 꿀을 조금 넣어 천천히 마셨다. 샐러리와 가지를 넣고 토마토 스프로, 루꼴라와 함께 샐러드로, 명란젓을 넣고 토마토 파스타로, 화이트 와인과, 말랑말랑한 여름 과일들과 함께 즐겼다. 둥근 곡선이 완벽하다고 생각한 토마토 하나가 마지막으로 남았다.
보이지 않는 것들
푸른 순간, 검은 예감
유월 내내 곁에 둔 책들은 모두 푸른 표지였다. 색도 제목도 보고 맞춰 고른 것이 아닌데 어딘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술술 읽힐 법한 책과 시집이지만 어쩐지 아직도 마지막 장을 펼치지 못했다. 문득 하늘을 보다 푸른 순간과 검은 예감이 얼마나 가까운지 알아차렸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마음 속에 이미 그려져있었다.
올여름 하늘을 온전히 그리던 창은 반 이상이 가려질테지만, 내가 그려낼 것들은 점점 더 선명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