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나무가 뿌리 뽑히고 주말 아침이면 울어대던 까치도 사라졌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때마다 자연의 소리와 풍경이 되던 것들을 잃어버린건 이사온지 딱 일년이 되던 2월 말의 일이다. '어쩔 수 없지. 이사가면 되지.'라고 위로하며 눈을 돌려 먼 산만 바라보았다. 그것도 곧 어떻게 생길지 모를 건물로 가려질 먼 산. 답답함은 미리 마음 한 가운데에 크게 자리잡았다. 내가 원하는건 단지 조용한 자리에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고 잠시 숨을 돌리고 싶었던 것 뿐인데. 집 앞 공사에 더해 옆에 있던 멀쩡한 빌라도 부서지던 어느날 바라던 모든 마음을 내려놓았다.
자연 속에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자주 찾아본다. 은퇴 후 또는 젊을 때 부터 많은 사람들은 자연을 찾아 떠난다.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언제 마지막으로 가져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저 나는 언제쯤 조용한 곳에서 살 수 있을까? 하고 꿈을 품는다. 집 앞의 나무를 누군가 함부로 뽑을 수 없는 땅과 아담한 집. 그 주변에서 자유롭게 지저귀는 새들. 결국 자연의 일부를 소유해야 자연을 품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극명하다.
그 흔한 캠핑 의자도
차도 없는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잠시 자연 가까이에 다녀왔다.
잔잔한 물결과 도시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청명한 새소리.
그리고 갑자기 내리는 빗소리와 맑게 지던 땅거미.
푸른 하늘에 떠오른 빛나는 달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동네 개가 짓는 소리까지.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에 둘러싸여, 소소한 나의 자리에서 작지만 소중한 자유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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